박병원 경총회장 “각종 규제로 기업 돈줄 막아놓고 일자리 늘리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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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원 경총회장 인터뷰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유연한 임금체계를 만드는 게 지금 재계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노동개혁”이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유연한 임금체계를 만드는 게 지금 재계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노동개혁”이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국민 부담 덜어주겠다고 정부가 하는 각종 무상 복지 및 요금 인하 정책은 당장 눈앞의 한 수만 보고 바둑을 두는 꼴입니다. 돈을 못 벌게 막아놨는데 무슨 투자가 되고, 어떤 일자리가 생기겠습니까.”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63)은 22일 서울 마포구 경총 집무실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정부의 규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부 대기업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청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 “노동개혁 핵심은 유연한 임금체계”

노동개혁과 관련해 사용자를 대표하는 박 회장은 경직된 노동시장이 청년 실업의 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달 초 경총은 ‘임금체계 유연화’를 노동개혁의 시작으로 삼고 재계가 주축이 된 임금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300인 이상 기업의 80%는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박 회장은 “호봉제를 성과 연봉제로 바꾸는 게 지금 재계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노동개혁”이라고 설명했다. 임금을 깎으려는 꼼수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전환하면서 임금 총액을 깎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기업들은 거의 없다”며 “아마 (노조의 반대로) 시도조차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과가 높고 성실한 근로자가 높은 임금을 받고 태만한 근로자는 덜 받는 것이 공정하지 않느냐”며 “과연 기존의 호봉제가 합리적인 방식인지 근로자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것이 노동개혁의 출발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얼마 전 “근로자들이 수당 타내려 야근하고 연차도 안 쓴다”는 발언을 해 직장인 사이에서 이른바 ‘공공의 적’이 됐다. 이 발언에 대해서는 “모든 근로자가 아닌 일부 대기업 생산직 근로자들의 노동 행태를 지적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체 노동자의 10.3%에 불과한 대기업 노조가 전체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 “일자리 나올 서비스업, 규제에 묶여 있어”

박 회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한국 제조업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새 일자리가 나올 곳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은 “일부에선 고부가가치라는 단어를 물가 상승과 연결지어 극렬히 반대하고, 정치권도 이런 눈치를 보느라 서비스산업의 ‘고급화 전략’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며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교육·의료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서 고급화된 서비스를 원하고 있고, 국내에서 이를 충족하지 못한 이들은 결국 해외로 나간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국회에서 표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통과되면 최대 69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서비스산업 관련 규제는 4000여 개로 제조업의 약 10배 수준이다. 박 회장은 “과거 한국의 제조업이 개방을 통해 치열한 생존 경쟁을 이겨내고 경쟁력을 키웠던 방식을 농업과 서비스업에 적용했다면 아마 (이 분야에서도) 세계 최강이 됐을 것”이라며 “이들 산업의 고급화 국제화를 제약하는 요인들을 혁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정부가 각종 요금이나 수수료를 내리도록 기업을 압박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모든 경제 정책의 출발은 장사가 잘되게 하는 것인데 장사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방해해서는 안 된다”며 “명백히 독점 이익을 누리는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업종에도 정부가 나서서 요금이나 수수료를 내리라고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민지 jmj@donga.com·신수정 기자
#박병원#한국경영자총협회#규제#기업#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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