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목소리 담아… ‘안 바뀐듯 다 바뀐’ 갤S7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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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고객중심 혁신 스토리

‘갤럭시S7’ 시리즈가 얼핏 봐서는 전작 ‘갤럭시S6’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18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만난 김개연 무선사업부 상품전략팀 상무는 ‘부자(父子) 짚신장수’ 얘기를 꺼냈다. 매일 아버지와 함께 지푸라기를 삶고 꼬았는데도 아버지가 파는 짚신의 반도 못 팔던 아들이 훗날 아버지는 짚신의 가시랭이를 일일이 제거했다는 비법을 듣고 무릎을 쳤다는 내용이다.

김 상무는 “과거 제품의 가시랭이를 모두 제거한 게 갤럭시S7”이라며 “소비자 의견을 지침서 삼아 다듬고 숙성시켰다”고 강조했다. 안 바뀐 것 같지만 사실 다 바뀌었다는 얘기다.

○ ‘기술 중시’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갤럭시S7 시리즈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 사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논쟁이 많았다고 한다. 수명이 짧은 제품인 만큼 디자인을 완전히 다 바꿔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결국 전작에 선보인 엣지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되 제품 완성도를 높이기로 최종 방향을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소비자 조사가 뒷받침됐다.

사실 스마트폰 시장이 연간 50%씩 무섭게 성장하던 2013년까지만 해도 소비자의 목소리는 제조업체들에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소비자 요구보다는 더 빨리 시장을 장악하는 스피드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2014년 들어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5%대로 갑자기 떨어지면서 소비자를 모르면 재구매율을 높일 수 없는 시대가 왔다. 공급자 위주 시장에서 소비자 위주 시장으로 자연스레 변화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2, 3년간 꾸준히 소비자 조사를 벌였다. 제품 철학도 기술 중시형에서 소비자 중시형으로 바꿨다.

삼성전자가 실시하는 소비자 조사는 다양한 접점에서 이뤄진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매일 올라오는 소셜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웹크롤링’ 기술을 통해 수백만 명의 소비자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지 확인한다. 전작인 갤럭시S6를 산 사람과 사지 않은 사람, 사려고 고민하다 결국 사지 않은 사람 등도 지역별로 수천 명씩 세분해 심층 인터뷰를 했다. 서비스센터와 유통매장,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취합한 소비자 의견도 청취했다.

○ 갤럭시S7에 담긴 소비자 의견

그렇게 수집한 소비자 의견은 갤럭시S7에 속속들이 적용됐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가 카메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화소 수가 더 높고, 화질이 더 좋은, 이른바 ‘스펙’ 좋은 카메라를 장착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면 이번엔 ‘잘 나오는’ 카메라를 만드는 데 공들였다. 소비자들이 지나치게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약간의 판타지가 섞인 듯 예쁘게 찍힌 사진을 원하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전문가가 아니어도 밤이나 흔들리는 상황에서 쉽게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원해 ‘듀얼 픽셀’ 이미지 센서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카툭튀’라고 불리는 툭 튀어나온 카메라 높이를 미세하게 줄이는 데에도 기술이 들어갔다.

소비자 의견은 지역별로도 크게 달랐다. 사실 디자인을 위해선 일부 기능을 포기해야 하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타협을 위한 교환)’ 관계이지만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생각으로 이번 제품에는 모두 담았다. 수영장 등에서 야외 놀이를 많이 하는 북미 소비자와 반신욕이 일상화된 일본 소비자의 의견에 따라 갤럭시S5에 적용했다가 갤럭시S6에서 뺀 방수 기능을 회복했다. 다만 갤럭시S5 외부에 달려 있던 방수 마개는 싫다는 대다수 소비자 의견에 따라 내부에 방수테이프와 고무 차단장치를 넣었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 나온 제품 앞뒷면에서 통신사와 삼성전자의 로고를 뺀 것도 디자인을 해친다는 소비자 의견을 따른 것이다. 기업마다 로고는 기업이미지(CI)이자 브랜드인 만큼 적지 않은 투자를 한다. 이 때문에 통신사들의 협조를 구해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최고경영진까지 모두 나서 통신사업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니 대승적 차원에서 같이 빼자”고 설득한 결과물이다.

수원=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갤럭시s7#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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