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착한 음주’ 팔 걷은 양주업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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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지오코리아, 8년째 캠페인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로의 한 맥줏집에 모인 디아지오코리아 쿨드링커들. 왼쪽부터 중앙대 경영학부 장정우, 국제물류학과 임정민, 경영학부 정다운 장희원 씨.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로의 한 맥줏집에 모인 디아지오코리아 쿨드링커들. 왼쪽부터 중앙대 경영학부 장정우, 국제물류학과 임정민, 경영학부 정다운 장희원 씨.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조길수 대표
조길수 대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로의 한 맥줏집에서 과도한 음주문화를 비판하는 대학생들의 작은 모임이 열렸다.

중앙대 경영학부 장희원 씨(22·여)가 먼저 “눈금이 표시된 종이컵을 돌리는 거야. 그럼 좀 덜 먹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같은 과 학생 장정우 씨(24)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 정도로는 애들 ‘술부심(술+자부심)’ 절대 못 꺾어. 음주측정기를 불게 해서 자기가 얼마나 취했는지 알게 하자. 재미도 있고 효과도 있을 거야.”

이후 4시간여 동안 술을 덜 먹자는 취지의 대화가 이어졌다. 언뜻 보면 금주단체나 절주단체가 주관한 모임 같지만 의의로 이 행사를 연 곳은 위스키 업체 디아지오코리아였다. 술을 파는 기업이 술을 덜 먹기 위한 방법을 찾는 셈인데 디아지오코리아는 왜 이런 행사를 가졌을까.

조길수 디아지오 대표(53·사진)는 “당장 술을 많이 팔면 업계가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판이다. 젊은 세대가 적절하게 음주를 즐기는 문화가 잡혀야 향후 위스키 업계의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과도한 음주문화 때문에 대학생들 사이에 술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면 위스키 산업의 전망도 어둡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모임에서도 그런 지적이 나왔다. 장정우 씨는 “만취한 선배가 여자 신입생의 입을 벌려 소주를 붓거나 성추행에 가까운 게임을 하는 건 꽤 오래됐다”며 “분위기를 깨면 학교생활을 제대로 못할까 봐 거부하지 못하지만 그런 학생들은 대부분 나중에 술자리를 피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위스키 시장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접대 문화’가 사라지고 부어라 마셔라 하는 분위기까지 없어져 위스키 시장의 전망은 사실 밝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이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위스키 업계가 최근 20, 30대의 젊은층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음주 사고 때문에 대학가에서 술의 이미지는 좋은 편이 아니다. 따라서 음주문화를 개선해야 젊은 고객을 늘릴 수 있다는 게 위스키 업계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디아지오코리아는 대학생 홍보대사 ‘쿨 드링커’를 선발해 음주문화를 건전하게 만드는 캠페인을 2009년 이후 8년째 진행하고 있다. 쿨 드링커들은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과 축제 기간 때 올바른 음주습관을 전파해왔다. 쿨 드링커들은 “술자리의 분위기를 깨지 않고 즐겁게 마시면서도 과도한 음주나 음주사고를 막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젊은층을 겨냥한 제품과 마케팅을 늘리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디아지오코리아는 별도로 소비자의 취향을 연구하는 팀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3월에 내놓은 위스키 ‘윈저 더블유 아이스’가 이 팀이 2년에 걸쳐 연구한 끝에 개발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시장에 나온 지 한 달 만에 3개월 치 물량(1만 상자)이 팔렸다.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을 수입하는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는 캠핑카까지 동원해 전국을 돌며 젊은층의 선호도를 조사하고 있다.

조 대표는 “국내 위스키 시장이 당장 침체기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건전한 음주문화가 정착되면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젊은층을 끌어들인다면 지금의 위기는 성장을 향한 기회로 바뀔 것이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착한음주#캠퍼스#디아지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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