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조미료… 환갑 맞은 미원의 부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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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 유해논란’ 넘고 국내 소비 증가
발효조미료 시장 95% 이상 점유, 2015년 해외매출 2000억원 돌파

국내 최초 발효 조미료 ‘미원’의 1960년대 제품 포장. 대상그룹 제공
국내 최초 발효 조미료 ‘미원’의 1960년대 제품 포장. 대상그룹 제공
올해로 환갑을 맞은 ‘국민 조미료’ 미원이 부활하고 있다.

미원은 1956년에 탄생한 국내 최초의 발효 조미료다. 한때는 미원을 쓰지 않는 집이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여러 차례 MSG 유해성 논란에 휘말려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은 미원을 찾는 소비자가 다시 늘고 있는 것이다.

대상그룹은 미원의 국내 매출액이 2013년 953억 원에서 2014년 1006억 원, 지난해 1027억 원으로 늘었다고 15일 밝혔다. 특히 주부 등 일반 가정의 소비자에게 팔리는 소매점 판매액이 증가했다. 소매점에서의 미원 판매액은 2013년 405억 원에서 2014년 416억 원, 지난해에는 444억 원으로 뛰었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식당에서 주로 미원을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는 매출의 40% 이상이 소매점에서 나온다. 가정에서 많이 찾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제강점기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조미료는 일본의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가 개발해 1909년 일본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아지노모토’였다.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주(96)는 이런 이유로 국산 조미료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려면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글루탐산’의 제조 방법을 알아야 했다.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에 머물면서 조미료 제조 공정을 터득한 후 부산으로 돌아와 대상그룹의 모태인 동아화성공업을 설립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첫 번째 국산 조미료가 바로 미원이었다. 자연 원료인 사탕수수를 이용해 만든 미원은 곧 ‘대박’ 상품이 됐다. 대상 관계자는 “당시에는 도매상들이 공장 앞에 줄을 서서 물건을 타 갈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1963년에 CJ제일제당이 ‘미풍’을 내놓으면서 조미료 경쟁이 본격화했다. 당시 치열했던 미원·미풍 사은품 경쟁은 업계에서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미풍이 무채칼을 사은품으로 내걸면 미원은 고급 비치볼을 줬다. 미풍이 고급 스웨터를 경품으로 주자 미원은 금반지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치열한 경쟁 끝에 미원은 시장을 장악했다. 현재 미원은 국내 발효 조미료 시장에서 9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에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한 업체가 1993년에 조미료 제품을 내놓으면서 “화학 조미료인 MSG를 넣지 않았다”고 대대적인 광고를 한 게 발단이었다. MSG가 인체에 크게 해롭다는 루머가 돌았고 미원의 판매는 뚝 떨어졌다. 당시 대학 등 연구기관이 MSG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지만 소비자는 냉담했다. 소비자의 마음이 다시 돌아온 것은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이 MSG의 안전성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후부터다.

요즘 미원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나간다. 2005년에 미원의 해외 매출(950억 원)이 국내 매출(760억 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지난해 미원의 해외 매출은 20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미원#조미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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