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조종사가 힘들다고? 개가 웃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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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장 페이스북에 댓글 달아 논란, 조종사 노조 반발… “고소 검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이 대한항공 조종사가 올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에 ‘개가 웃어요’라는 표현이 포함된 댓글을 달아 논란이 되고 있다. 조종사들의 집단 반발도 이어졌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13일 낮 12시경 대한항공 부기장인 김모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조종사가) 한 달에 100시간도 일하지 않으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말을 들어 조종사가 하는 일을 알리려 한다”며 조종사가 비행 전 공항에 도착한 후 거치는 다양한 절차를 설명했다. ‘조종사가 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취지였다.

8시간 후 조 회장이 이 글을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 조 회장은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해 주고… ‘오퍼레이션 센터’에서 다 분석해 주고 조종사는 갈지 말지(GO, NO GO)만 결정하면 되는데 힘들다고요?”라고 반문한 뒤 “비행기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자동 조종으로 가고 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라며 “열심히 비행기를 타는 다수의 조종사를 욕되게 하지 마세요”라고 썼다. 김 씨의 설명에 대해 항공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조종사들이 수행해야 하는 절차”라는 반응이다.

조 회장의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해 준다’는 표현과 관련해 대한항공 측은 “자료는 운항관리사가 다 만들어 전달하고, 구두 브리핑이 없을 때도 있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브리핑을 한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이날 오후 8시 4분 처음 댓글을 올렸을 때 ‘개가 웃어요’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2분 후 한 차례 글을 고치며 이 표현을 넣었고, 이후에도 두 차례 더 글을 고쳤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게시판은 조 회장을 성토하는 글로 들끓었다.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명예훼손으로 조 회장을 고소·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측과 임금협상 중인 조종사 노조는 현재 ‘준법투쟁’을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글에 대해 “조 회장은 오랜 항공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첨단 비행장비의 발달과 운항통제센터의 지원으로 조종 근무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조양호#한진그룹#조종사#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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