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이 대한항공 조종사가 올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에 ‘개가 웃어요’라는 표현이 포함된 댓글을 달아 논란이 되고 있다. 조종사들의 집단 반발도 이어졌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13일 낮 12시경 대한항공 부기장인 김모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조종사가) 한 달에 100시간도 일하지 않으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말을 들어 조종사가 하는 일을 알리려 한다”며 조종사가 비행 전 공항에 도착한 후 거치는 다양한 절차를 설명했다. ‘조종사가 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취지였다.
8시간 후 조 회장이 이 글을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 조 회장은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해 주고… ‘오퍼레이션 센터’에서 다 분석해 주고 조종사는 갈지 말지(GO, NO GO)만 결정하면 되는데 힘들다고요?”라고 반문한 뒤 “비행기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자동 조종으로 가고 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라며 “열심히 비행기를 타는 다수의 조종사를 욕되게 하지 마세요”라고 썼다. 김 씨의 설명에 대해 항공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조종사들이 수행해야 하는 절차”라는 반응이다.
조 회장의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해 준다’는 표현과 관련해 대한항공 측은 “자료는 운항관리사가 다 만들어 전달하고, 구두 브리핑이 없을 때도 있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브리핑을 한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이날 오후 8시 4분 처음 댓글을 올렸을 때 ‘개가 웃어요’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2분 후 한 차례 글을 고치며 이 표현을 넣었고, 이후에도 두 차례 더 글을 고쳤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게시판은 조 회장을 성토하는 글로 들끓었다.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명예훼손으로 조 회장을 고소·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측과 임금협상 중인 조종사 노조는 현재 ‘준법투쟁’을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글에 대해 “조 회장은 오랜 항공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첨단 비행장비의 발달과 운항통제센터의 지원으로 조종 근무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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