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1조2651억원 유상증자 성공

99.93% 청약률… 경영정상화 첫단추
‘이재용 3000억’ 미사용… 용처 관심

삼성엔지니어링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한 1조2651억 원(1억5600만 주)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1, 12일 이틀간 이뤄진 유상증자 청약 결과 99.93%의 청약률을 기록했다고 12일 공시했다. 11일 우리사주조합이 100%(3120만 주) 청약한 데 이어 구주주 청약에서도 99.93%(1억2469만 주)가 청약됐다. 이로써 삼성엔지니어링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유상증자 성공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측은 지난해 12월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서 미청약분이 발생하면 이 부회장이 일반 공모에 청약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삼성SDS 보유 지분 2.05%(158만7000주)를 매각해 3000억 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유상증자 참여 소식은 화학 계열사들처럼 삼성엔지니어링도 결국 외부에 팔아치울 것이라는 시장의 루머를 잠재웠다”며 “삼성엔지니어링을 버리지 않는다는 신호를 확실하게 줬기 때문에 유상증자가 성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상당수 개인투자자는 이 부회장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참여를 기대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실권주 10만2972주(약 8억4000만 원)의 규모가 너무 작아 이번에는 청약에 나서지 않는 대신 유상증자가 마무리된 뒤 적당한 시점에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일부 취득하는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위기에 빠진 삼성엔지니어링을 회생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책임경영을 다하는 그룹 총수 이미지를 얻게 됐다. 삼성SDS의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매각한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이 마련한 3000억 원의 사용처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SDI가 다음 달 1일까지 매각해야 하는 삼성물산의 지분을 인수하는 데 쓰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발생한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2.6%·약 7000억 원)를 처분해야 한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유상증자에 성공함에 따라 2014년 실패했던 삼성중공업과의 합병이 재추진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권주 10만2972주에 대한 일반 공모는 15, 16일 이틀간 진행된다.

한편 12일 코스피는 26.26포인트(1.41%) 빠졌지만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유상증자 성공 기대감에 2.42% 오른 1만600원으로 마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