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 석달만에 다시 0%대… 디플레 우려

  • 동아일보

담뱃값 인상효과 사라지며 추락… 근원물가 상승률도 1%대 떨어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만에 다시 0%대로 주저앉았다. 최근 한국은행을 비롯한 국내외 기관들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것과 맞물려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되살아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디플레이션이란 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의미한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0.8%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4년 12월 이후 11개월 연속 0%대였다가 지난해 11월 1.0%로 올라섰다. 12월에는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1.3%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0%대로 주저앉았다.

특히 가격 변동이 심한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13개월 만에 1%대로 추락했다. 그간 한국은행은 근원물가를 근거로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경제 상황에 비해 비교적 높은 편이라고 설명해 왔다. 소비자물가에 포함되는 농산물이나 석유류의 경우 기상여건이나 산유국의 공급 상황에 따라 가격 등락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들 품목을 제외할 경우 2%대 물가 상승률이기 때문에 나름 선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근원물가 상승률마저 1.7%로 떨어지면서 저물가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가 하락을 이끈 것은 지난해 1월의 담뱃값 인상 효과 소멸과 저유가였다. 우영제 통계청 물가통계과장은 “담뱃값 인상 효과가 사라진 것이 물가를 0.58%포인트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또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석유류 제품 가격이 1년 전보다 10.3% 급락하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0.43%포인트 끌어내렸다. 올해 1월 1일부터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이 8.5% 추가 인하된 것도 전체 물가 상승률을 0.15%포인트 낮췄다.

물가 상승세가 3개월 만에 꺾이면서 적정 수준의 물가관리를 통해 경기 회복의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3일 1분기(1∼3월) 경기보완 방안을 내놓는 한편, 이달 중순경 올해 첫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어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각종 부양책이 얼마나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편 일반물가와 체감물가 간의 괴리도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전세(4.2%), 시내버스료(9.6%), 하수도료(23.4%), 중학생 학원비(2.7%)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소비자물가#상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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