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銀 첫 행원급 6명 특진… ‘성과주의’ 신호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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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출신 등 영업우수 여성들, 실적만 갖고 책임자로 승진 ‘파격’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KEB하나, NEW Start 2016!’ 행사에서 이모진 KEB하나은행 대전 대흥동지점 과장(왼쪽에서 두 번째) 등 특별 승진자 6명이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가운데)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제공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KEB하나, NEW Start 2016!’ 행사에서 이모진 KEB하나은행 대전 대흥동지점 과장(왼쪽에서 두 번째) 등 특별 승진자 6명이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가운데)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제공
정규직으로 전환된 지 12년 만에 과장으로 고속 승진한 ‘단순 계약직 아르바이트’ 출신 은행원의 성공 신화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KEB하나은행 대전 대흥동지점의 이모진 과장(37)이다. 그가 하나은행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 당시 대학생 신분으로 영업점에서 복사나 잔심부름을 하는 ‘기간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했다. 싹싹한 성격과 꼼꼼한 일처리가 돋보이자 동료 직원들은 그에게 개인금융 전담 직원 시험에 응시하도록 권유했고, 그는 2003년 보란 듯이 합격했다. 이후 1년 만인 2004년에 정규직 직원이 됐다.

그리고 지난해 다른 직원들보다 2배 이상으로 많은 568개의 예·적금 상품을 유치하는 등 탁월한 영업 능력을 인정받아 정규직 전환 12년 만인 올해 과장으로 승진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동기들보다 4, 5년 빠른 승진이고 개인금융 전담 직종에서 책임자를 맡는 게 드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영업 비결을 ‘친밀함’으로 꼽았다. 영업점을 찾는 동네 어르신들의 사적인 얘기까지 들어 주고, 수첩과 달력에 꼼꼼히 적어 둔 뒤 해당 고객이 다시 영업점을 찾으면 안부를 묻고 신뢰를 쌓았다. 그는 “보일러를 고치느라 돈을 급하게 찾아 가신 고객에게 얼마 뒤 ‘춥지 않으셨느냐’고 물었더니 ‘걱정해 줘서 고맙다’고 했는데, 며칠 뒤 나한테 예금 상품을 들고 싶다며 장판 밑에 넣어 뒀던 500만 원을 가져오셨다”고 했다.

하나은행은 17일 이 과장을 포함해 영업 실적이 탁월한 행원급(계장·대리) 직원 6명을 특별 승진시킨다고 발표했다. 승진 대상자 6명은 모두 여성이며 예금 및 신용카드 유치, 펀드·방카쉬랑스 판매 등에서 우수한 실적을 올렸다. 지금까지는 행원이 책임자급으로 승진하려면 일정한 근무 기간을 채워야 했다. 이런 관행을 깨고 이 과장처럼 행원이 호봉에 상관없이 책임자로 특별 승진한 것은 은행 창립 이래 처음이다. 전체 은행권에서도 영업 실적만 가지고 일부 직원을 특별 승진시키는 일은 흔치 않은 만큼 말 그대로 ‘파격 인사’라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최근 금융 당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은행권의 ‘성과주의 도입’의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함영주 행장은 “직원들 사이에 ‘노력한 만큼 조직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성과 중심의 문화가 빠르게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keb하나은행#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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