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고개 드니 강남 월세시장 들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금융권의 대출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대출을 낀 전세 대신 월세나 반(半)전세를 찾는 세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로 은마아파트 전경.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금융권의 대출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대출을 낀 전세 대신 월세나 반(半)전세를 찾는 세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로 은마아파트 전경.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 강남구 대치동 등 강남권 일부 지역에서 매매와 전세 거래는 위축된 반면 월세 거래량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가계 대출 규제로 주택 거래가 전반적으로 둔화되는 상황에서 월세만 ‘나 홀로 약진’하는 모습이다. 주택시장의 풍향계와 같은 서울 강남 주택시장에서 뚜렷해지고 있는 ‘월세화’ 현상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대치동에서 거래된 월세(준전세 등 보증금 낀 월세 포함) 거래량은 156건이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월별 거래량으로는 가장 많은 수치다. 같은 기간 도곡·수서·역삼동(이상 강남구), 잠실동(송파구) 등 서울 강남권 다른 인기 주거지의 아파트 월세 거래량도 28∼40% 늘었다.

반면 이달 강남구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529건으로 지난달(631건)보다 16% 이상 줄었다. 전세 거래량 역시 804건에서 775건으로 감소했다.

반전세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강남 4구(강남·강동·서초·송파구)의 평균 월세도 오르는 추세다. 한국감정원이 아파트 월세와 월세 보증금 시세를 지수로 환산해 발표하는 ‘월세통합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이 지역 월세는 6월보다 0.9% 올랐다. 같은 기간 강북 14개 구 아파트 월세는 0.1% 오르는 데 그쳤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최근 시중은행 대출 금리가 오르고 강남권 아파트의 전월세 전환율(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의 비율)이 떨어지고 있는 현상에 주목한다. 목돈이 필요하지 않은 월세에 대한 세입자들의 거부감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지난달 연 2.89∼4.25%에서 이달 3.11∼4.47%로 약 0.2%포인트 올랐다. 반면 지난달 강남 4구의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5.5%로 2011년 1월(8.0%) 이후 꾸준히 낮아졌다.

특히 공실이나 세입자의 임차료 연체가 적은 강남의 고가 주거지에서는 주변보다 낮은 3.5%∼4.5%의 전환율로 임대차 계약이 이뤄진다는 것이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대치동 동양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현재 대치동 아파트의 전월세 전환율은 약 4%”라며 “전환율이 예금 금리의 두 배 이상으로 높은 반면 대출 금리와의 격차는 줄어 세입자와 집주인의 준전세 계약이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내년 부동산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깡통 전세’를 우려한 세입자들이 준전세를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이 73.0%에 이른 상황에서 집값이 갑자기 떨어지면 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는 걱정이다. 도곡동 행복한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올해 중순까지만 해도 보증금 5억 원에 월세 100만 원대의 매물은 거의 팔리지 않았다. 최근엔 보증부 월세만 찾는 수요자들이 늘어 이런 물건도 한 달 안에 계약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 같은 월세화(化)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비싼 전세금을 내느라 대출을 받느니 자녀가 중·고교에 다닐 동안에만 보증부 월세를 내고 강남에서 살겠다는 수요자가 많다”며 “올해 분양된 아파트들이 본격적으로 입주를 시작하는 2017년 말까지 전세 품귀·월세 증가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대출금리#월세#부동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