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국내 고객 79% “리콜 안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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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 87% “연비 저하 우려”

직장인 김진호(가명·32) 씨는 최근 3년째 몰고 있는 자신의 폴크스바겐 제타 차량이 배출가스 조작에 따른 리콜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김 씨는 리콜을 받지 않을 계획이다. L당 19.1km인 좋은 연료소비효율(연비) 때문에 국산차보다 비싼 돈을 주고 이 차량을 구매했지만 리콜을 받으면 연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만약 리콜을 해서 성능과 연비 등이 떨어진다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보상을 포함한 믿을 만한 조치가 없이는 리콜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출가스 장치의 조작으로 리콜 대상이 된 아우디·폴크스바겐의 국내 소유주 상당수가 환경보다는 연비 저하 등 성능상의 불이익을 우려해 리콜에 응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콜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리콜 명령을 내려도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동아일보가 자동차커뮤니티인 ‘보배드림’과 함께 리콜 대상이 된 아우디·폴크스바겐 차량 소유주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121명 중 79%(96명)가 “리콜을 받지 않겠다”고 답했다. 리콜 대상 차량은 EA189엔진을 탑재한 유로5 모델의 차량 15종으로 모두 12만5522대다.

이번 조사에서 리콜을 받지 않겠다는 이유로는 86.5%(복수 응답 가능)가 ‘성능과 연비 저하 우려’를 꼽았다. 폴크스바겐 본사 측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문제가 된 EA 189엔진의 성능과 연비를 떨어뜨리지 않고 리콜을 할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이를 믿지 않는 셈이다.

응답자들은 리콜에 응하지 않은 또 다른 이유로 ‘적절한 보상책이 먼저’(55.2%), ‘리콜 시 시간적 손해를 보기 때문’(18.8%), ‘폴크스바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서’(14.6%) 등이 나왔다. 적절한 보상과 사과가 이뤄지면 리콜에 응하는 국내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폴크스바겐 본사 측은 한국 고객에게 명확한 보상 규정을 밝힌 적이 없다. 북미에서는 차량 1대당 1000달러(약 118만 원) 상당의 상품권과 바우처를 주겠다고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폴크스바겐은 지난달 17개 차종에 대한 60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과 최대 20%에 이르는 할인을 제공하는 대대적인 판촉 행사로 월간 기준 국내 수입차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6%나 판매량이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마케팅을 줄이고 현지 법인장들이 직접 사과에 나선 미국과 영국에서는 판매량이 각각 25%, 20% 가까이 줄어들었다.

국내의 폴크스바겐 차량 소유자는 “미국에선 여러 가지 보상 방안에 대해 발표하면서 국내에서는 할인 판매에만 열을 올린 것에 어이가 없다”며 “신차 구매 고객에게는 보상에 가까운 할인 혜택을 주고 기존 고객에게는 편지 한 통만 보낸 뒤 말이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2.0 TDI엔진은 간단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리콜이 가능하며 1.6 TDI엔진은 공기 흐름을 진정시키는 ‘플로 트랜스포머’ 장치를 설치하면 된다”며 “각각 30분, 1시간가량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리콜은 본사에서 발표한 대로 진행할 계획이며 한국 소비자들에 대한 보상 대책 역시 아직 본사와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폴크스바겐#리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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