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르부르제 전시장에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주최한 ‘저탄소 생활습관 우수사례 세미나’에서 축사를 한 윤성규 환경부 장관(왼쪽에서 세 번째)이 세미나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정래권 유엔 사무총장 기후변화 수석자문관, 캐시 오크 호주 멜버른 시의원, 윤 장관, 김용진 환경산업기술원 본부장, 아랍 호발라 유엔환경계획(UNEP) 부장, 산토시 코두쿨라 자치단체국제환경협의회 매니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제공
《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친환경 제품을 사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로 돌려주는 한국의 ‘그린카드’ 제도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린카드는 2011년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시중 금융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도입한 신용·체크카드 포인트 제도다. 올 10월 말 기준으로 1100만 장 이상이 보급됐다. 경제활동인구의 절반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
기술원 측은 이번 총회 행사장 내 한국관에 설치한 그린카드 홍보부스에 세계 각국의 주요 인사들이 연일 방문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열리는 총회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세계 주요국 지도자와 환경 관련 국제기구들이 참여해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책임 분담 방안을 두고 치열하게 협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일반 국민의 참여도가 높은 그린카드 제도가 한국의 체면을 톡톡히 세워주는 것은 물론이고 협상력도 크게 높여주고 있다.
2일 현지에서 열린 저탄소 생활습관 우수사례 세미나에서 그린카드 사례를 발표한 김용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사업본부장은 세계 각국에서 온 참석자들에게 “우리가 먹고, 이동하고, 일하고, 쉬고, 노는 모든 행위에는 탄소 발생이 잠재적으로 내재되어 있다”며 “정부는 수용성 있는 정책을 통해 시민들이 저탄소 생활습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올해 7월은 인류 기상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달이었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모든 사람이 즉각적으로 체감할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우리 모두에게 큰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린카드는 시중 20개 금융사 및 200여 개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친환경제품을 구매할 때 금액의 최대 24%를, 대중교통 이용 시엔 최대 20%를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환경마크와 탄소성적표지 등 정부 친환경인증을 받은 문구류, 세제, 유기농 식품 및 음료 등이 대상이다.
또 가정 내 전기, 수도, 가스 사용량을 줄여도 연 최대 10만 포인트까지 적립할 수 있다. 이렇게 모은 포인트는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쓰거나 국립공원 등 전국 857개 공공시설 이용 시 사용할 수 있다.
기술원 측은 그린카드 소지자들이 2014년까지 총 440만 달러(약 51억 원)어치의 친환경제품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그린카드 사용을 통해 2014년 한 해에만 이산화탄소 배출을 50만 t 이상 줄였으며, 이는 30년생 소나무 760만 그루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에 해당한다고 추정했다.
이번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선진국들은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감축 의무를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개도국들은 지금까지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선진국들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간 입장으로 중재자 역할을 한다는 전략을 갖고 여러 협상에 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들에 모범이 될 만한 국가 주도의 온실가스 배출 절감 성공 사례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린카드 제도가 그런 목적에 잘 부합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린카드를 소개하는 것 외에 5일 지속가능 소비 생산 10개년 계획(10YFP) 세미나를 주최한 기술원 측은 이번 행사뿐 아니라 앞으로도 한국 ‘그린 외교’의 첨병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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