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견제할 美-日의 新경제동맹… 亞太지역 패권경쟁 격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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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 협상 타결]
정식협상 5년여만에 결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단순한 자유무역협정이 아니라 중국의 경제적 팽창을 견제하려는 미일의 신(新)경제동맹이라 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은 이번 기회를 놓치게 되면 협정이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예정된 각료회의 날짜를 나흘이나 연장하면서 협상을 이끌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협상 상대국 정상들에게 일일이 전화까지 걸며 합의를 종용했다.

○ 거대 중국 견제할 ‘부(富)의 띠’ 전략


오바마 대통령은 TPP가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 확대할 ‘새로운 규칙’임을 강조하면서 목표가 중국임을 명확히 해왔다. “중국이 21세기 무역질서를 새로 쓰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 노동자와 기업이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21세기 무역질서를 새로 써 나가야 한다.”(2월 주례 라디오 연설)

TPP는 지식재산권 보호, 기업 지배 구조(거버넌스), 노동과 환경 기준, 기타 금융 규제 등에 대한 미국 수준의 가치와 기준을 아시아 국가들에 확산시킨다는 점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조로 한 ‘세계화의 심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참여국들의 경제적 부를 동시에 증진해 중국보다 힘의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의 싱크 탱크인 피터슨경제연구소는 “TPP 협상 타결로 2025년까지 미국이 얻는 경제적 이익은 775억 달러(약 91조45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며 “또 참여국 전체의 경제적 이익은 2590억 달러로 전망돼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국 진영의 경제력이 중국 경제권을 상대적으로 압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5일 TPP가 세계경제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맞선 중국 역시 최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출범시키고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 등을 통해 자신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를 만들고 있어 아태지역을 중심으로 한미중 간의 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5년 넘은 마라톤협상 마침내 결실

TPP 협상은 2005년 뉴질랜드와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등 4개국으로 논의가 시작됐지만 2008년 미국과 호주, 페루 등 3개국이 뛰어들면서 규모가 커졌고 2009년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2010년 3월 베트남을 포함한 8개국으로 정식 협상이 개시됐으며 같은 해 말레이시아, 2012년 멕시코 캐나다, 2013년 일본 등이 참여하면서 지금의 12개국 논의 체제가 완성됐다.

협상은 순탄치 않았다. 참여 국가 수가 많고 의제가 워낙 복잡해 2013년 말까지 협상을 타결한다는 목표는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가장 큰 경제규모를 차지한 미국과 일본의 협상이 시간을 끌면서 2014년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올해 4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쌀과 유제품 설탕 밀 쇠고기 등 일본의 5대 민감 품목의 시장개방 정도가 합의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7월 하와이 마우이 섬에서 열린 12개국 각료회의에서 협상이 곧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캐나다가 주력 산업인 낙농업 관세 인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또다시 암초에 부딪혔다. TPP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까지 나왔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두 달 동안 개별 국가들을 1 대 1로 접촉해 설득했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 성공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중국#미국#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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