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장 ‘소통맨’ 함영주씨 내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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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 주총 승인 거쳐 공식 취임
말단행원 출신 친화형 리더… “통합은행 영업력 강화할 것”

“시골 촌놈이 국내 최대 은행의 행장까지 됐으니 출세했지요.”

다음 달 1일 출범하는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은행 ‘KEB하나은행’의 초대 통합은행장에 함영주 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 부행장(사진)이 내정됐다. 유력 후보로 꼽히던 김병호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 등을 제친 ‘깜짝’ 발탁이다. 함 내정자는 자산규모 약 290조 원(올해 3월 말 기준), 직원 수 1만5717명인 국내 최대 은행을 이끌게 된다.

하나금융그룹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이날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단독 후보로 추천한 함 부행장을 통합은행장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함 내정자는 다음 달 1일 열리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통합은행장으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충남 부여 출신인 함 내정자의 별명은 ‘시골 촌놈’이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충남 논산시에 있는 강경상고를 졸업했다. 그는 “은행원이 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 행원의 꿈을 키웠다.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는 시골에서 달빛에 공부를 한 끝에 1980년 서울은행에 입행했다.

입행 후에는 영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서울은행이 2002년 하나은행에 인수된 뒤 하나은행 분당중앙지점장, 가계영업추진부장, 남부지역본부장 등을 거친 이 은행의 대표적 ‘영업통’이다. 지점장으로 근무할 때는 오전 4시 반에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 나가 전남 여수에서 갓 올라온 싱싱한 전복을 구입해 주요 고객에게 선물하는 등 정성을 쏟았다. 함 내정자는 “통합은행의 규모와 위상에 걸맞은 영업력을 갖추기 위해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통합은행의 초대 행장을 맡은 만큼 함 내정자는 두 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야 하는 간단치 않은 과제를 안게 됐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점장을 할 때 서울은행이 하나은행에 합병되는 걸 보면서 ‘오래 못 다니겠구나’ 하는 걱정이 컸지만 이렇게 행장까지 됐다”면서 “외부 출신이라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외환은행 직원들의 불안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니 나를 보며 불안을 떨쳐버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함 내정자는 “통합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은행 직원들의 마음을 어우르는 것”이라며 “두 조직이 제대로 통합할 수 있도록 진정성을 갖고 직원들을 대하겠다”고 말했다.

통합은행장 자리를 놓고 3파전을 벌였던 김한조 외환은행장과 김병호 하나은행장은 하나금융그룹의 부회장을 맡을 예정이다.

함 내정자 발탁은 사실상 김정태 회장의 선택이다. 하나금융 임추위는 김 회장과 하나금융의 사외이사 3명으로 이뤄진다. 행장 등 주요 임원을 선임하는 과정에 김 회장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나금융은 경영권을 행사할 대주주가 없으며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 외국계 펀드와 금융회사, 소액주주 등으로 지분이 흩어져 있다. 따라서 최고경영자(CEO)는 주요 주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경영 관련 의사결정에 거의 전권을 행사한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keb하나은행#소통맨#함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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