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에 무슨 일이? 오등동 주민들 시장 검찰에 고발

  • 동아경제
  • 입력 2015년 8월 13일 1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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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LP가스시설 허가 갈등 심화...주민 vs. 시청 고소전

- 앞에선 ‘농지법 청문회 후에 허가 판단’…뒤에선 ‘허가 진행’
- 주민들 "농지법 위반에 시청과 사업주 유착관계"
- 시청 "법적 문제없다"


제주시 오등동 주민들이 제주시장과 농정과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지난 10일 검찰에 고발했다. 마을 내 농지에 LP가스 판매시설을 허가하려는 제주시의 방침에 대해 반발한 것.
제주도 오등동 LP가스 판매 시설 입점지
제주도 오등동 LP가스 판매 시설 입점지
A에너지 H씨가 2012년부터 소유해온 농지를 최근 B에너지에 분할 판매했는데 이후 B에너지가 LP가스 판매시설 인허가 신청을 제주시에 접수하면서 문제가 시작된 것이다.

주민들은 H씨가 농지를 소유한 이후 3년간 농사를 짓지 않아 토지소유에 대한 근원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한다.

제주시 오등상동 정재필 마을회장은 “제주시장과 농정과장은 오등동 LP가스 판매소 허가업무와 관련해 가스업자의 편에 서서 위법사실까지 은폐하며 허가수순을 진행해왔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또한 “허가처분 직전에 주민들이 제기한 구조물 설치에 따른 농지법 위반이 사실로 드러나자, 서둘러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 뒤 급하게 허가를 내줬다”면서 “이는 지난 4월 제주도가 농지 전수 조사를 통해 대다수 위법 소유자에게 행정 처분한 사례와 비교할 때 납득이 가지 않는 봐주기 형태이자 직무유기”라고 고발취지를 설명했다.

정 회장은 “해당 토지는 3년 이상 농사를 짓지 않은 것이 명백하므로 농지법 10조에 의거해 반드시 ‘처분명령’을 내려야한다”며 “농지법 위반은 토지 소유에 대한 근원적 하자이기 때문에 불법 취득한 해당 토지의 사용승낙서를 이용한 농지전용 허가 및 건축허가는 즉시 반려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7일 열림 제주시 오등동 LP가스판매시설 반대대책위원회의  LP가스 입주반대 기자회견
지난달 17일 열림 제주시 오등동 LP가스판매시설 반대대책위원회의 LP가스 입주반대 기자회견
이에 대해 제주시 농정과 관계자는 “해당 토지가 농지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원상복구명령을 내렸고, 오는 18일 청문회가 열린다”며 “이 청문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허가 관련 주무 부서인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허가절차는 본안의 관련부서인 건축과, 농정과 등에 협의요청을 하는데, 농정과에서 토지전용에 대해 문제없다고 건축과에 보내면 건축물 관련한 부분을 협의해 지역경제과로 보내 최종 허가를 내준다”면서 “18일 청문회 후에 농정과 및 건축과의 의견을 받아 허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지로 사용하지 않은 해당 토지, 타설된 콘크리트 원상복구 진행
농지로 사용하지 않은 해당 토지, 타설된 콘크리트 원상복구 진행

#LP가스 허가 단행…주민들 ‘이중적인 제주시 행태에 분통’
하지만 제주시 관계자의 청문회 이후 허가 진행 절차에 관한 답변과 달리 11일 밤 주민들에게 LP가스 허가사실이 통보됐고 허가 공문의 날짜도 지난 10일이었다.

정 회장은 “앞에선 농지법 위반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답변을 하면서 뒤로는 허가를 내주는 이중적인 행태는 그동안 제기해온 제주시와 업자간의 유착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며 “농지법을 위반한 소유주의 사용승낙서를 이용한 사업신청이 허가된다면 제주도 내의 모든 농지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시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생산녹지지역으로 LP판매시설이 들어서는 데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며 “지난 10일 허가된 사업승인은 전체 사업에 대한 내용이고, 추후 B에너지가 시설 건축 허가를 신청하면 건축민원과에서 농지전용 허가 등을 심사해 허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6일 ‘농지 기능 관리 강화 방안’을 설명하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지난 4월 6일 ‘농지 기능 관리 강화 방안’을 설명하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한편 제주시는 지난해 실시한 농지 전수조사를 통해 농지법 위반으로 적발된 296필지 39ha에 대한 행정처분을 지난 4월 내렸다. 또한 제주도청은 지난 4월 외지인 농지 투기와 난개발 방지를 위해 농지 전수조사를 실시해 농사를 짓지 않거나 위탁경영(임대) 등의 위반 형태를 적발해 행정 처분을 내렸다. 당시 원희룡 제주도시사는 “농지를 취득해 편법으로 개발하거나 개발을 도모하는 사례가 생겨나는 등 농지가 난개발에 의해 잠식되고 있다”며 “모든 농지를 대상으로 자경 여부를 조사해 헌법과 농지법에 근거해 그 집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주민들과 제주시의 주장으로 구성한 제주 오등동 LP가스 시설 허가 관련 일지

△A에너지의 H씨는 2012년 5월 오등동 부지 3400여㎡의 농지를 사들임

△최근 이 땅에 4곳의 LP가스 판매소 설치 추진에 나섰고 B에너지에게 토지일부를 분할 판매해 가등기 완료

△올해 6월30일 B에너지는 가스 판매 시설 인·허가를 제주시에 접수

△지역 주민들은 7월17일 제주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시가 마을 중심부에 4곳의 LP가스 판매소 허가를 단행하려 해 2000여 명의 주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해당 토지 인근에 환자들의 입출입이 자유로운 신경정신치료 요양병원이 있고 인접한 애조로에서 담배꽁초나 인화성 물질을 버릴 경우 대형 화재 발생 가능성이 크다.”며 LP가스판매소 허가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

△7월20일 제주시장, 주민, B에너지 3자 면담이 이뤄졌고 제주시장은 “관련 부서 검토결과 인허가 절차 및 조건 모두 적법하니 민원 조정위원회를 개최한 후 허가발급 예정이다”고 했고, 이에 반발한 주민들은 토지소유주 H씨의 농지법 위반을 지적

△7월29일 개최된 민원조정위원회에서 제주시는 H씨의 농지법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토지를 ‘원상복구’하라고 단순계고. 이에 따라 진성에너지는 농지전용 허가 요건을 갖추게 됨

△주민들은 제주시장 및 농정과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8월10일 검찰에 고발

△8월11일 진행된 고소 관련 제주시는 “18일 예정된 농지법 관련 청문회 이후 농정과, 지역경제과, 건축민원과 등의 합의를 거처 허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설명

△11일 밤 주민들에게 B에너지 LP가스 허가 사실 통보(허가 공문 날짜 8월 10일)

△8월 12일 제주시의 설명 “지난 10일 사업허가는 전체 사업에 내용이고 추후 B에너지가 시설 건축 허가를 신청하면 건축민원과에서 농지 전용 허가 등을 심사해 최종 허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해명

정우룡 동아닷컴 기자 wr101@donga.com
제주 오등동 LP가스 시설 허가 관련 일지
제주 오등동 LP가스 시설 허가 관련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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