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채가 넘는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가 재건축사업시행 인가를 받고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갔다. 이 아파트는 내년 이후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물론이고 수도권 주택시장의 향방을 가를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4일 강동구에 따르면 둔촌주공아파트는 지난달 30일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이 아파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이르면 12월 기존 아파트 철거를 위한 관리처분 총회를 열고 내년 초 이주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아파트는 올 9월 일반분양을 앞둔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9510채)을 넘는 규모(1만1106채)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사업 전망이 좋아지자 수요자들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4일 강동구 둔촌동 공인중개사무소들에 따르면 사업시행인가 공람 공고가 나온 지난달 초 이후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부쩍 늘었다. 둔촌주공2단지 상가 내 대흥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하루 10건 안팎이던 매매 문의가 7월 말부터 20건 이상으로 증가했다”며 “주거 환경이 쾌적하고 집값 전망도 좋은 아파트를 찾는 30, 40대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매물을 회수하고 시세를 관망하는 집주인들도 적지 않다. 이 지역의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달 30일에만 50개의 매물 중 6개를 거둬들였다”며 “매물을 회수하지 않은 집주인들도 호가를 1000만 원 이상 올렸다”고 말했다.
전용면적 84m² 이하의 중소형 매물은 품귀 현상이 나타나면서 매매가가 크게 뛰었다.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올해 1월 7억2000만 원에 거래된 전용 79m²형이 7월 중순 7억6000만 원에 팔렸고, 6억 원에 거래된 전용 51m²형 역시 지난달 6억6000만 원에 매매됐다”고 말했다. 평균 매매가가 가장 높았던 2006년(6억8000만 원)에 근접한 가격이다.
1만 채 이상의 매머드급 단지인 만큼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강동권의 다른 아파트들도 이 아파트의 사업 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둔촌주공아파트의 일반분양 일정이 강동구 고덕동 고덕주공2단지 등과 겹칠 가능성이 있다”며 “강동구 내 재건축 단지들의 생활여건이 비슷한 만큼 합리적인 분양가를 책정하는 단지가 분양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가 시작되면 5000가구 이상이 한꺼번에 움직일 것으로 보여 주변의 전월세 가격도 들썩일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동구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경기 하남시, 남양주시 등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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