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캐스팅 보트 입김’ 세졌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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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그룹 핵심 24곳 평균지분… 2015년들어 0.65%P 늘려 10% 육박

국민연금이 30대 그룹 상장계열사 2곳 중 1곳에 대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 대한 평균 지분도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이에 따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삼성물산 간 분쟁에서처럼 국민연금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국내 기업 경영활동에 영향을 끼칠 여지가 향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9일 기업경영평가회사 CEO스코어가 국내 30대 그룹 상장계열사 18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달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93개사(50.5%)에 대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93개사에 대한 국민연금의 평균지분은 8.66%로 6개월 전인 지난해 말 8.44%보다 0.22%포인트 늘어났다.

국민연금은 특히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C&C, ㈜LG 등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거나 주력계열사로 분류되는 24개사 지분을 크게 늘렸다. 이들 회사에 대한 국민연금 평균지분은 지난해 말 8.61%에서 지난달 말 9.26%로 0.65%포인트 증가했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전체 기업(93개) 지분 상승분의 3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핵심 계열사 중 국민연금이 지분을 3%포인트 이상 늘린 기업은 현대글로비스(9.24%→12.57%)와 한진칼(9.20%→12.41%)이었다. 롯데푸드(10.81%→13.49%), 롯데칠성음료(11.15%→13.08%)도 국민연금의 지분 증가 폭이 컸다. 국민연금은 이 밖에 SK C&C(1.54%포인트), SK㈜(1.12%포인트), CJ㈜(1.02%포인트) 등에 대해 1%포인트 이상 지분을 늘렸다. 반대로 국민연금 지분이 낮아진 곳은 삼성물산(13.15%→11.88%), 현대백화점(8.91%→8.31%), 현대그린푸드(13.81%→11.44%) 3개사뿐이었다.

다만 삼성물산에 대해서는 지난달 2일 9.98%까지 줄였다가 엘리엇과의 지분 경쟁이 본격화한 지난 한 달 동안 1.90%포인트나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금융시장의 ‘큰손’ 역할을 해왔지만 특정 기업의 경영 활동을 간섭하는 일은 많지 않았다”며 “그러나 투기성 해외자본이 국내로 밀려들어 올 경우 국민연금의 판단은 앞으로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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