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SK 합병 반대”… 삼성件엔 반대표 힘들듯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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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비율 문제삼아 제동 걸었지만… 총수지분 많아 무산 가능성 낮아

국민연금기금이 SK C&C와 SK㈜ 간의 합병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두 회사 모두 총수 우호 지분 비중이 커 합병 무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전문위)는 24일 합병의 취지와 목적에 대해선 공감하나 합병 비율과 자사주 소각 시점 등을 고려할 때 SK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결정으로 국민연금은 26일 열리는 두 회사의 주총에서 SK C&C가 SK㈜를 1 대 0.73의 비율로 흡수 합병하는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하게 된다.

전문위 위원장인 김성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문위에서 산출한 적정 시뮬레이션에 비해 합병 비율에서 지나치게 차이가 났다”며 “찬성하는 위원도 일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SK㈜ 지분을 7.19% 보유한 2대 주주다. SK C&C 지분도 6.06% 보유하고 있다. 전문위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요 주식 중 기금운용본부 차원에서 결정하기 어려운 의결권 행사 방향을 다수결로 정하는 기구다. 기업과 근로자단체, 정부 추천을 받은 위원 9명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SK㈜는 최태원 회장 등 총수 일가 우호 지분이 31.87%로 국민연금 지분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부결 가능성은 거의 없다. SK C&C도 총수 일가 지분이 43.43%에 이른다. SK 관계자는 “세계적 의결권 자문업체인 ISS도 찬성했는데 국민연금이 반대로 결정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다음 달 17일 주총을 앞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입장 결정도 전문위에 맡길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 최대한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며 “7월 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를 열어 입장을 논의한 뒤 전문위로 넘길지를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와 달리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국민연금이 반대할 경우 부결 위험이 높아진다. 삼성물산에 대한 삼성의 우호 지분은 총 19.8%로, 합병의 최대 걸림돌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7.12%)에 비해 약 12.7%포인트 많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지분 10.1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이 반대할 경우 반대 쪽 지분이 우호 지분과 큰 차이가 없는 17.27%로 치솟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사정 때문에 오히려 국민연금으로서는 반대표를 던지기가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또 재계의 한 전문가는 “SK의 경우 지주회사 간 합병이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사업회사 간 합병이라는 점에서 두 사안 간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국민연금#SK#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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