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그룹재건 첫발 뗀 박삼구 “이젠 금호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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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고속 지분 100% 4150억에 인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오른쪽)이 27일 레타인하이 베트남 호찌민 시 당서기를 만나 양국 간 민간 교류 활성화와 기업 투자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제공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오른쪽)이 27일 레타인하이 베트남 호찌민 시 당서기를 만나 양국 간 민간 교류 활성화와 기업 투자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제공
‘제2창업’을 기치로 내걸고 그룹을 재건하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고속 인수라는 첫 단추를 끼웠다. 다음은 금호산업 차례. 이어 금호타이어까지 재인수하면 박 회장의 그룹 재건이 완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고속 인수협상을 마친 다음 날인 27일 오전 출근길에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를) 도와주신다는 분이 많다. 잘 준비하고 있다”며 인수대금 마련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은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IBK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금호고속 지분 100%를 4150억 원에 사들이기로 하고 26일 계약금 500억 원을 지급했다. 나머지 잔금은 기업결합승인이 난 후 지불하기로 양측이 합의했다.

금호고속이 가지고 있는 금호리조트 지분 48.8%도 함께 금호터미널에 넘어간다. 2012년 8월 금호고속이 IBK펀드에 3345억 원에 매각된 지 2년 9개월 만이다. 금호터미널은 광주 신세계 건물을 20년간 5000억 원의 보증금에 장기 임차하며 확보한 자체 현금에다 칸서스자산운용·칸서스파트너스·NH농협은행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자금 등으로 인수 대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박 회장의 시선은 현재 진행 중인 금호산업 인수전으로 향하고 있다. 금호고속이 그룹의 모태로서 이번 재인수로 그룹 재건의 상징성을 확보했다면, 금호산업 인수전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실질적인 지주사를 되찾아오는 핵심 작업이다. 금호고속보다 덩치도 더 큰 데다, 중요성이 더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28일 마감된 금호산업 매각 본입찰에 단독으로 응찰한 호반건설이 채권단의 기대에 못 미치는 6007억 원을 써내면서 결국 유찰돼 박 회장이 채권단과 직접 협상하게 됐다.

업계는 이번 금호고속 재인수가 금호산업 인수전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금호고속을 인수하는 금호터미널이 이번 매각의 협상 상대였던 IBK펀드의 지분 30%를 가지고 있는 출자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는 금호고속을 IBK펀드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1500억 원을 출자했고, 이로 인해 발생한 30.0%의 지분을 금호터미널에 넘겼다. 따라서 향후 IBK펀드가 해산할 때 금호터미널은 출자금 1500억 원을 돌려받는 것은 물론이고 차액으로 생긴 이익도 따로 정해진 비율에 따라 배당받게 된다. 이에 금호아시아나 측은 “자세한 배당 관련 계약 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지분 비율대로 배당을 받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또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속에서 연간 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금호고속의 재인수가 연쇄적으로 금호산업의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점은 부담이다. 금호산업의 ‘몸값’이 올라가면서 지불해야 할 돈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미 호반건설이 써낸 금액에서 10% 넘게 가격이 올라가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렇지만 2010년 금호그룹 워크아웃 당시 사재 3300억 원을 들여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하느라 현금이 부족해진 박 회장이 인수전을 도와줄 ‘우군’을 찾아야 하는 건 변함이 없다. 특히 박 회장이 순조롭게 8월까지 금호산업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장래에 금호타이어도 인수해야 그룹 재건을 완성할 수 있다. 금호타이어는 채권단이 42.1%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박 회장은 이 지분에 대해서도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지고 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금호산업#박삼구#금호고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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