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상상이 곧 현실로… 미래는 ‘멋진 신세계’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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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요. 모든 인간은 지금 행복해요.” 레니나가 맞장구쳤다. 그들은 그 말을 12년 동안 매일 밤 1백50번씩 반복해서 들었던 것이다.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문예출판사·1998년) 》

포드 기원 632년. 세상엔 더 이상 사랑도, 가정도 없다. 생성 단계부터 계급이 정해진 태아는 컨베이어벨트 위의 병 안에서 자라나며 자신의 계급에 맞는 약물이 투여된다. 모든 인류는 매일 다른 상대와 잠자리를 같이한다. 개인용 헬기와 전자 골프, 자는 동안 귓가에서 반복되는 ‘수면 시 교육’으로 모든 인류는 행복하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조지 오웰의 ‘1984’와 더불어 우리가 살고 있을 수도 있는 ‘또 다른 세계’의 모티프를 던져준 고전이다. 멋진 신세계의 모토 중 하나는 ‘만인은 만인의 소유다’이다. 그곳에서 인류는 정서적 유대 없이 오로지 육체적 관계로만 상대를 만나며 가상현실과 포르노 ‘촉감 영화’에 열중한다.

지난주 한 데이트 연결 서비스업체의 기자 간담회장에 앉아 그 신세계를 곰곰이 생각했다. “인생은 짧다”를 외치며 기혼자 데이트를 주선하는 애슐리 매디슨에는 전 세계 3400만 명이 가입했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상상도 못한 것들이 가상현실로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가상현실 기업 오큘러스VR 창업자 팔머 러키를 만났다.

“진짜 현실과 가짜 현실의 의미는 무엇인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러키는 “그 생각을 참 많이 해봤는데, 그냥 더 이상 이런 먼 미래의 일을 공상하느라 시간을 버리기보다 현재 내가 만들고 있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때론 ‘진짜 이렇게 빨라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신세계’가 가깝게 느껴질 때가 있다. 조만간 촉각까지 정복하겠다는 가상현실, 누구와 어떤 형태로 만나든 상관없이 즉각 연결되는 서비스, 더 빠른 속도와 더 멋진 디자인을 외치는 디바이스. 하지만 그 모든 현실과 속도를 정복하게 되면 인류는 행복해질까. “일단 고민은 미뤄두겠다”는 러키의 말이 왠지 섬뜩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상상#현실#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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