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격차 없는 韓-中기업, 생산량 늘리기 ‘치킨게임’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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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디스플레이, 3년뒤 한국 추월”
물량경쟁 ‘맞불’외 뾰족한 대책없어… 삼성-LG 매출-영업익 감소 빨간불
“국내 투자 늘려 기술 유출 막아야”

중국 기업들이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을 2018년까지 한국 기업의 턱밑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2000년대 후반 메모리반도체(D램) 시장에서 나타났던 ‘치킨게임’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공급 과잉에도 생산량을 경쟁적으로 늘리다가 일본 엘피다, 독일 키몬다 등이 단가 하락에 못 이겨 파산하면서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업종은 국내 기업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 공급 과잉에도 경쟁적 증산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추격은 현재 평판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력 품목인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보면 뚜렷이 나타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1위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인 BOE(중국명 징둥팡·京東方)는 2분기(4∼6월) 충칭(重慶) 공장에 월 15만 장의 8세대(2200X2500mm) LCD 패널 생산 공장 증설을 완료할 예정이다. 2011년 베이징(北京) 공장, 지난해 충칭과 허페이(合肥) 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공격적인 증산에 나서면서 총 생산능력(현재 21만 장)을 70% 이상 늘리게 됐다. 중국 2위 업체 차이나스타(CSOT)도 월 12만 장, CEC판다도 월 6만 장 규모의 생산라인을 추가 가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한국 기업들이 덩달아 생산량을 늘리는 ‘맞불작전’ 외에는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각각 광저우(廣州)와 쑤저우(蘇州) 8세대 LCD 생산라인 용량을 6만 장, 6만5000장씩 늘리기로 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 관계자는 “한중 기업 간 기술 격차는 거의 없는 상태로, 있다고 해도 가격경쟁력으로 상쇄되는 상황”이라며 “중국 시장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선 일단 생산량을 같이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 공급 과잉으로 인해 국내 ‘톱2’인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매출액이 지난해 모두 줄어드는 등 위기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79.0%, 56.8% 감소했다.

○ 기술격차 벌리고 국내 투자 늘려야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의 추격이 어려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신기술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중국과의 격차를 벌릴 핵심기술력 확보와 새로운 사업 발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기업에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BOE는 2003년 현대전자 LCD사업부(하이디스)를 인수하면서 디스플레이 사업을 시작했다. 사실상 한국 기술이 기반이 된 것이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BOE에는 이미 부사장급을 비롯해 한국 기술자 150여 명이 포진해 있다”며 “첨단 분야 인력 유출을 줄이려면 국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경영 환경과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치킨게임#디스플레이#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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