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CEO]이시돌, 명사들 입맛 잡은 ‘보리굴비’ 남도 식탁의 한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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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게장에 푸짐한 산해진미… ‘명가’의 손맛에 고객 줄이어

부인 이경순 씨와 함께한 염대수 대표. 염 대표는 자기만의 철학을 지키는 옹고집과 정성이 전통을 유지하는 명가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부인 이경순 씨와 함께한 염대수 대표. 염 대표는 자기만의 철학을 지키는 옹고집과 정성이 전통을 유지하는 명가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남도반가(南道班家) 상차림을 수도권에서 만날 수 있다면? 식도락가들은 마다할 리가 없다.

맛집이라면 어디라도 쫓아갈 미식가들이 은밀하게 숨겨 놓은 남도 맛집이 수도권에 입성했다. 경기 광주시 퇴촌면 영동리 243번지에 위치한 ‘이시돌’이다. 잊혀져가는 나이맛을 그리워했던 ‘보리굴비’ 정식과 주인 내외가 손수 담근 맛깔스런 간장게장으로 유명한 집이다. 본래 전남 구례군 지리산 자락과 충남 공주시 계룡산 초입에 있던 것을 지난해 광주로 터를 옮겼다. 계룡대의 군 장성을 비롯해 기관·단체장과 정치인들도 애써 청해야만 맛볼 수 있는 까다로운 집이지만 모두들 즐겨 찾던 단골집.

굴비와 간장게장·떡갈비·훈제오리고기·홍어·밴댕이젓·뱅어포와 김·깻잎 장아찌, 박·표고버섯·무청나물 등…. 1인당 2만5000원짜리 ‘남도반가 상차림’을 주문하면 푸짐한 남도 식탁이 한 상 차려진다. 이곳의 보리굴비는 영광 법성포에서 공수한 잘 말린 굴비를 전통방식으로 보릿자루 안에서 숙성시켜 내놓는다. 잘 우려낸 지리산 야생 녹차물에 밥을 말아 꾸덕꾸덕 말린 보리굴비 한 점을 얹어 먹으면 “이 맛이야!”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와 남도 식탁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비릴 것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짭쪼름한 맛이 일품인 굴비와 향긋한 야생녹차가 환상의 찰떡궁합을 이룬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이 집의 음식 맛에 감탄해 ‘군자의 격식과 품격을 갖춘 상차림’이라고 칭찬하며 즉석에서 한시까지 지어주었다고 한다. 과거 한 정부 관계자도 이시돌의 상차림을 그 무엇도 부족함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의 제상에 비유했다.

부인과 함께 이시돌을 운영하는 염대수 대표는 상차림의 격식과 맛의 깊이에 신경을 쓴다. “남도음식의 정점을 찍겠다”는 자신만의 철학을 지키는 옹고집, 그리고 고객의 선택을 받기보다 상차림의 격에 맞는 고객을 선택한다는 명가의 자존심이 지금의 이시돌을 만들었다. 종업원에게 음식을 시키지 않고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으며 자극적인 양념을 거의 안 쓰는 것도 그런 철칙에서 나왔다. 염 대표는 “이러한 한식명가의 전통을 이어갈 우리 음식 문화단지조성을 계획하고 있으며 뜻있는 사람들에게 상담도 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벚꽃이 만개한 미사리와 팔당을 거쳐 양평으로 가는 드라이브 코스 중간에 위치한 이시돌은 주변 환경마저 입맛을 더한다. 밤의 야경이 특히 아름답다. 식당 옆으로는 개울이 흐르고 야간에는 10만여 개의 화려한 불빛이 정원을 수놓는다. 031-761-0112, 010-3131-6779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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