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안심전환대출의 폭발적인 인기 이야기다. 변동금리대출이나 이자만 갚고 있는 대출을 연 2.6% 수준의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은 지난달 24일 출시돼 4일 만에 20조 원의 한도가 소진되는 ‘대히트’를 쳤다.
당초 금융권은 안심전환대출이 얼마나 인기를 끌지 반신반의했다. 대출자들이 이자만 갚는 데 익숙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대부분 이자를 갚다가 집을 처분할 때 대출 원금을 갚는다”며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탈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회의적인 의견을 보였다. 당국도 자신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작년 말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할 때 재원을 40조 원으로 제시했다가 20조 원으로 줄여 확정한 것도 주택금융공사의 재정 상황도 문제였지만 수요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열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금리가 다른 대출상품보다 매력적인 2.6%대로 결정된 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온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은행 창구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 불안하던 차에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돼 갈아탔다”고 입을 모았다.
인기만큼이나 논란도 많다. 대상에서 제외된 은행권 고정금리 대출자들과 제2금융권 대출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정치권까지 가세해 “안심전환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당국도 형평성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인 건 그만큼 다급했기 때문이다. 1089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366조 원(2014년 말 기준)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76%나 된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돼 대출 금리가 상승세를 타면 가계가 이자 부담 상승으로 휘청거릴 게 뻔하다. 일단 일부라도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바꾸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 안심전환대출인 것이다.
목표로 삼은 대상이 확실했던 만큼 소외된 계층도 뚜렷하다. 금융당국은 안심전환대출 열풍을 남의 일로 지켜보기만 했던 제2금융권 대출자와 서민층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그러나 안심전환대출 확대를 외치는 이들도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이번 안심전환대출로 상당수 대출자들은 금리 부담을 덜었다. 그 비용은 은행과 주택금융공사가 나눠서 졌다. 은행들은 이자 수익을 포기했고, 주택금융공사는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 등의 부작용은 차치해도 대상을 확대한다면 또 누군가가 비용을 치러야 한다. 그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 이를 고민하지 않고 무조건 확대를 요구하는 건 위험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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