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재계 “ICT-의료분야로 한국과 경협 업그레이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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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비즈니스포럼 400여명 성황

“단일 화력발전소 프로젝트로는 세계 최대인 이 사업을 4년 2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올 4월에 준공하면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역사의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4일(현지 시간) 사우디 리야드의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한국-사우디 비즈니스 포럼’. 양측의 기업인과 정부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김헌탁 두산중공업 부사장은 700MW급의 화력발전소 4기를 짓는 ‘라비그2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사우디 남서부 홍해에 인접한 지다에서 북쪽으로 약 160km에 위치한 이 사업장은 4조 원에 이르는 거대한 프로젝트였지만 ‘준공 10개월 전에 전력을 공급해 달라’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글로벌 메이저업체들도 쉽게 덤비지 못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하루 최대 38개국 국적의 근로자 1만5000여 명을 투입하면서도 세계 최초로 5000만 시간 무재해 달성이라는 역사적인 성과를 올리며 성공적인 준공을 앞두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 남서부 지다에서 북쪽으로 약 160km 떨어진 곳에 짓고 있는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 화력발전소인 ‘라비그2 프로젝트’의 전경. 두산중공업 제공
두산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 남서부 지다에서 북쪽으로 약 160km 떨어진 곳에 짓고 있는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 화력발전소인 ‘라비그2 프로젝트’의 전경. 두산중공업 제공
두산중공업 측은 “황무지와 사막뿐인 자연 조건, 하루 다섯 번씩 기도하는 현지 직원의 문화를 이해하면서 공사 기간을 준수하는 것은 불가능과의 싸움이었지만 결국 약속을 이행하면서 한-사우디 간 경제협력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남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방문을 계기로 한자리에 모인 기업인들은 양국의 경제협력이 이제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개회사에서 “한국은 1970년대 사우디 인프라 건설에 참여해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며 “최근 사우디가 산업구조 다변화와 제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과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역대 최대 규모의 ‘비즈니스 포럼’ 열려

이날 행사에서 사우디 측도 한국과의 경제협력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알 자밀 사우디 상의연합회장은 “양국의 경제협력이 에너지 건설 플랜트 등 전통 분야를 넘어 정보통신기술(ICT)과 의료, 보건 등 새로운 분야로 확대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알 라비아 상공부 장관도 “사우디 정부는 제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공학, 의료, ICT 투자도 강화하고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맞춰 열린 비즈니스 포럼 중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박 회장을 비롯해 권오준 포스코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구자균 LS산전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등 경제사절단 기업인 110여 명과 사우디 기업인 250여 명이 참석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라비아 장관, 알 오스만 사우디 투자청장 등 양국 정부 인사 40여 명도 함께했다.

○ 사우디에서 부활하는 ‘대우차’

이번 사우디 방문을 통해 국내 기업들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왼쪽)이 4일 사우디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의 압둘라흐만 알 모파디 총재와 건설, 자동차를 포함한 전 분야에 걸쳐 포괄적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는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포스코 제공
권오준 포스코 회장(왼쪽)이 4일 사우디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의 압둘라흐만 알 모파디 총재와 건설, 자동차를 포함한 전 분야에 걸쳐 포괄적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는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포스코 제공
권오준 회장은 사우디의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의 압둘라흐만 알 모파디 총재를 만나 건설, 자동차를 포함한 전 분야에 걸쳐 포괄적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는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이번 MOU에서 PIF는 신도시와 철도 등 다양한 건설 경험이 있는 포스코건설에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 이상의 지분을 투자하고 포스코건설은 사우디의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에 참여한다. PIF는 포스코 및 포스코건설과 함께 합작사(JV)를 설립해 ICT와 에너지 사업 등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포스코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도 사우디의 국영 자동차업체에 6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15만 대를 짓는 자동차 공장건설 사업에 참여한다. 여기서 생산되는 차량의 이름에 ‘대우’ 브랜드를 사용하고 쌍용차의 엔진을 사용하는 것도 추진 중이다.

3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한국-사우디 원자력 협력’ 양해각서 서명식. 왼쪽부터 전력 설계구매시공업체인 SSEM의 오마르 함자 대표,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조현상 효성 전략본부 부사장. 효성 제공
3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한국-사우디 원자력 협력’ 양해각서 서명식. 왼쪽부터 전력 설계구매시공업체인 SSEM의 오마르 함자 대표,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조현상 효성 전략본부 부사장. 효성 제공
효성도 한국전력공사 등과 사우디 전력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산업용 펌프를 생산하는 효성 계열사인 효성굿스프링스는 3일 사우디의 최대 전력 설계구매시공(EPC) 업체인 SSEM과 원자력 발전소에 6000억 원 규모의 전력 자재를 공급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MOU를 체결했다.

조현상 효성 전략본부 부사장은 “이번 MOU 체결로 향후 사우디 전력 사업의 핵심 자재 공급 업체로 위상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세진 mint4a@donga.com·김호경 기자
#ICT#의료분야#사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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