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기업불복 맞서… 과세 적법성 검증 강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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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행정 개선안 마련
대형로펌 앞세운 기업에 패소 많아… 과세 적법성 변호사가 사전검증
세금 잘못 매긴 공무원엔 불이익… 홈택스 등 8개 정보사이트 통합

1월 16일자 A1면.
1월 16일자 A1면.
대기업, 은행 등과 벌인 조세소송에서 패소율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온 국세청이 ‘한번 발부한 고지서는 바뀌지 않는다’는 모토로 소송 대응능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국세청의 세금 부과에 대형 법무법인(로펌), 거물급 변호사가 포진한 법무팀으로 대응하는 대기업 및 금융회사와의 조세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세청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열고 올해부터 세무조사로 수십억 원이 넘는 고액세금을 추가로 거두거나, 법적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과세처분에 대해 사전에 변호사를 통한 ‘적법과세 여부 검증’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세청이 확정한 올해의 ‘국세행정 운영 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국세청 조사국 내에 신설한 조사심의팀에 새로 채용하는 변호사 8명을 배치해 과세기준 자문제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들은 세무조사를 통한 과세 전(前) 단계에서 △과세처분이 법적으로 정당한지 △소송이 들어올 때 승소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한 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과세 반대 의견을 제기하는 역할을 맡는다. 2013년 기준 소송가액 50억 원 이상의 세금 소송에서 절반 가까이 패소하면서 제기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대책이다.

유명 변호인단으로 무장한 대형 법무법인에 대응하기 위해 과세 근거도 정교하게 검토할 방침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징세법무국을 소송 전담조직인 ‘송무국’으로 개편하고 민간 조세소송 전문 변호사를 송무국장으로 영입할 계획이다. 송무국 내 ‘평가팀’을 신설해 소송의 모든 과정을 평가하며 소송에서 승소하거나 패소한 과세를 추진한 담당 직원에 대해 신상필벌도 강화한다. 기존 세무조사 활용 자료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거래 자료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FIU 정보통합 분석시스템’을 구축해 탈세 분석 작업도 진행한다.

최근 4000억 원대 법인세 소송에서 KB국민은행은 대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을 지낸 김앤장 소속 변호사와 조세전문 변호사를 법무대리인으로 내세웠지만, 국세청은 정부법무공단과 중소형 로펌으로 대응하다 결국 패소했다. 지난해 동부하이텍이 778억 원의 법인세 부과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는 법무법인 광장에 소속된 기획재정부 고문변호사와 국세청 과세품질혁신위원회 위원 변호사가 동부 측 변호를 맡아 국세청에 승소했다.

납세자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대책도 추진된다. 전자세금계산서, 현금영수증 등 개별 서비스별로 구축됐던 세금 관련 인터넷 홈페이지 8개를 하나로 통합한다. 납세자에게는 1인당 1개씩 개인 계정을 지급해 납세자가 국세청 홈페이지에 접속만 하면 다양한 국세 서비스를 한번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세정 패러다임을 ‘납세 후 검증’에서 ‘자진납부 극대화’로 바꾸기 위해 과세 자료 사전 제공을 대폭 확대한다. 종합소득세 신고대상자에게는 가짜 자료 수취 혐의 및 국민연금 소득공제 자료를, 법인세 대상자에게는 상품권 구입 금액 및 법인 신용카드 부당사용 자료 등을 미리 공개한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세수(稅收) 여건이 어려울수록 성실신고 지원에 세정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자발적인 납세로 국가 재정이 튼튼해지는 선순환 사이클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국세청#과세#적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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