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컨슈머]‘한닭’인증제 시행, 순수 토종닭 가려내 안심먹거리 보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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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토종닭협회

제4회 양계사진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은 김정미 씨의 ‘나무 위의 닭’. (사)한국토종닭협회 제공
제4회 양계사진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은 김정미 씨의 ‘나무 위의 닭’. (사)한국토종닭협회 제공
“시골에서 조금씩 키우는 게 토종닭 아닌가요?” “국내산 닭이면 되지 않나요?”

토종닭에 대한 일반적인 소비자의 인식이다. 토종닭이라고 하면 우리 고유의 정취가 묻어나는 포근한 느낌 외에 종(種)에 대한 차별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질기다, 크다 등과 같이 토종닭에 대한 식재료로서 느끼는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대중에게 알려진 토종닭의 이미지가 일그러져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크기만 크고, 질겨서 먹기 불편한 닭은 산란계로서의 역할을 모두 마치고 세월의 흐름을 막지 못하는, 이른바 ‘노계’일 확률이 높다. 물론 순수 우리 종자의 토종닭이 수명을 다하여 노계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러한 경우는 현재 계육시장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렵다.

이러한 잘못된 정보와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2003년 설립된 (사)한국토종닭협회에서는 순수우리종자의 토종닭들을 인증하여 주는 ‘한닭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닭’이란 토종닭의 브랜드 가치를 형성하기 위해 고안한 명칭으로서 한우, 한식, 한류 등과 같이 한(韓) 브랜드에 맞춘 명칭이다.

어려워지는 닭고기시장, 원산지 위조까지…

국내 닭고기 시장은 소비량의 90%이상을 자급할 수 있는 여건에도 외국산 냉동닭고기의 대량 수입으로 생존의 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다. 또한 최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로 인해 값싼 축산물의 수입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먹거리에 대한 인식 제고 필요성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자연적 위험요소로 인한 시장 불안정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토종닭 시장으로 그 범위를 좁혀보면 값싸고 질 낮은 수입산 닭고기가 토종닭으로 둔갑하여 판매되는가 하면 국내에서 길러지고 있는 외래종을 토종닭으로 속여 유통하는 사례들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닭인증제도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함과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여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토종닭을 유통하는 것은 물론 종자전쟁으로까지 이야기되는 미래 식량자원시장의 원천기술을 확립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전체 육계시장에서 토종닭이 차지하는 비율은 10% 내외로 일반육계의 도계장이나 도계라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통에 한계를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품종에 대한 냉정한 검증과 까다로운 인증 절차의 방증이기도 하다.

한닭포차
냉정한 검증과 까다로운 인증 절차 마련

먼저 토종닭으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사육 유래가 명확해야 하고 계대 번식과 세대별 검정기록이 반드시 필요하며 매년 1세대 간격으로 계대를 유지하여 최소 7세대 이상 순수 혈통이라는 확실한 기록을 바탕으로 한 품종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당연히 이 유전적 특성은 계대에 유지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순계, 종계, 실용계를 인증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한닭인증제는 토종닭인 한닭 자체로 인증받는 것과 인증 받은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한닭판매인증점’으로 구분하여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한닭인증제도는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순수 우리종자 먹거리 공급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통해 이어지는 내수시장 확대와 수출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단순히 국내산 닭, 혹은 방사하여 키우는 닭이면 일반적으로 토종닭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소비자의 의식 전환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국내산 닭과 달리 종자부터가 수입이 아닌 순수 토종이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초부터는 축산법에 근거한 토종가축인정제도가 시행돼 (사)한국토종닭협회가 토종닭 인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한닭인증제도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소비자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기본적으로 토종닭을 즐겨 찾는 소비자들의 경우 지방의 양이 30∼40% 수준에 불과하고 육질이 담백한 것에 큰 호응을 보이고 있으며, 깊이 우러나는 육수의 맛에서도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한식 세계화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

소비자들의 먹거리에 대한 우려는 대중매체에서 전해지는 탐사보도, 르포 등을 통해 더욱더 가중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국내 축산업계에서는 다양한 제도와 홍보를 통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환경과 이미지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토종닭 시장은 규모나 재정면에서 아직은 시작 단계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한국토종닭협회 관계자는 “타 품종에 비해 전체적인 시장 규모나 재정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인 것은 사실이나 닭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양해지고, 고급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뛰어난 육질을 보유하고 있는 토종닭의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한닭인증제도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고품질 토종닭고기 선택기준으로 활용되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우수종자의 수출을 통해 한식 세계화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원대한 목표도 갖고 있다”며 앞으로의 상황을 낙관했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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