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가는 공기업]나주·울산·대구… ‘공공기관 지방시대’ 축포를 쏘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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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균형 발전의 견인차가 된 공기업의 현주소

한국전력 나주시대 개막 17일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 신사옥에서 열린 한전 본사 이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한국전력 제공
한국전력 나주시대 개막 17일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 신사옥에서 열린 한전 본사 이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한국전력 제공
한국전력은 얼마 전 전남 나주시 빛가람혁신도시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조환익 한전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본사 이전 기념식을 열고 ‘한전 나주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나주에 들어선 한전 신사옥은 지하 2층, 지상 31층 규모로 전라남북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실제 높이는 154m로 일반 건물의 51층에 해당한다.

한전 본사 신사옥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1531명으로 전국 지방 이전 공공기관 중 최대 규모다. 한전은 빛가람혁신도시에 ‘나주 에너지밸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나주로 함께 이전한 한전KPS(전력 설비 정비 공기업), 한전KDN(전력 IT 전문 기업), 전력거래소 등 계열사 및 지자체들과 협업해 2020년까지 기술 선도 에너지 기업 500개를 유치하거나 창업을 유도하는 등 에너지밸리 특화형 강소기업을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들어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2003년 6월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 방침’을 발표한 지 11년 만이다. 하반기에 한전뿐만 아니라 한국가스공사(대구), 한국석유공사(울산) 등 대형 공공기관들이 잇달아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명실상부한 공공기관 지방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많다.

2003년 처음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을 발표한 정부는 이듬해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공공기관의 지역불균형을 조사한 결과 ‘국가균형발전특별법’상 중앙행정기관을 포함한 공공기관은 전국적으로 409개이며 이 중 약 85%인 345개가 수도권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05년 6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수도권 소재 345개 공공기관 중 175개 기관을 이전대상기관으로 선정했다. 이후 5개 기관이 추가되며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는 공공기관은 총 180개 기관으로 늘었다. 하지만 공기업 선진화 방안 등으로 공공기관이 통폐합되거나 부설기관이 독립되는 등 일부 조정이 생겨 현재 지방이전 대상 공공기관은 총 151개 기관이다. 권역별로 혁신도시 115개, 개별이전 19개, 세종시 17개 기관 등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 경제, 행정력을 지방으로 분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공공기관을 먼저 옮기면 기업과 연구소들이 따라가 ‘쾌적한 지방 중심도시’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혁신도시 사업 중 한전 등 120개 기관이 올해 말까지 이전을 마치고 내년 말이면 대부분의 기관이 이전작업을 끝낼 계획이다.

이미 이전을 완료한 공공기관들은 지역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인재를 채용하거나 주민 봉사활동에 나서는 등의 사회공헌과 함께 지역 특색에 맞는 산업클러스터 육성 계획을 발표하는 등 빠른 속도로 지역에 적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인재 채용과 사회공헌으로 지역에 녹아드는 공공기관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지방대학 졸업자 혹은 졸업예정자를 우선 고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방으로 이전을 완료한 공공기관들은 공채 등을 통해 지역 대학의 인재들을 뽑고 있다.

울산으로 이전한 석유공사는 사무 업무와 구내식당 조리 업무 등을 위해 울산에서만 200여 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또 이번 달 3일에는 울산과학기술대(UNIST)와 석유과목 개설 등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장기적으로는 울산과기대 졸업생을 석유공사로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앞서 울산에 자리 잡은 근로복지공단은 8월 실시한 신규 채용에서 울산 소재 대학 출신자를 5명 뽑았고 산업안전보건공단도 채용인원 114명 중 지역 인재로 16명을 뽑았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이미 울산대와 울산과학기술대에서 채용설명회를 열었으며 내년부터 채용 인원의 5∼7%를 울산지역 출신으로 선발하는 목표제를 도입했다.

나주혁신도시에 10월 이전을 마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이달 15일 농식품산업 성장동력을 개발하고 지역인재 발굴을 위해 국립목포대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에 따라 aT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교류협력지원금을 지원하고 방학기간 중 단기 아르바이트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우수 졸업생을 대상으로 aT상 수여 및 aT 지사 직원과의 멘토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전 공공기관들은 지역과의 교류도 활발히 해나가고 있다. 나주혁신도시에 둥지를 튼 한전KPS는 올해 3월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복지단체 ‘부활의 집’과 자매결연을 맺고 노후시설 정비와 생활용품 등을 전달했다. 한전KPS는 이미 2012년 5월 본사 신사옥 착공 때부터 인근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부활의 집 노후시설을 정비해주고 기부활동을 벌여왔다. 또 지난해 다도면 궁원마을과 자매결연을 통해 600여만 원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도 대한노인회 나주시지회의 전기배선공사까지 실시하는 등 꾸준히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해오고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지난해 12월 충북혁신도시(진천, 음성) 이전 11개 기관 가운데 가장 먼저 지방이전을 마쳤다. 2006년부터 이미 충북지역 농촌과 도농교류를 해온 가스공사는 이전과 동시에 지역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 다문화가정아동 등 700여 명을 본사로 초청해 가스안전 체험교실, 레크리에이션, 어울림콘서트 등을 열었다. 6월에는 음성군 맹동면 쌍정2리 마을을 ‘가스안전마을’로 지정하고 노후 가스시설 개선 및 농촌 일손 돕기를 했다. 또 진천군 읍내리 등 전국 10개 안심마을에서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가스시설 개선과 가스안전교육을 진행했고 음성군 맹동초등학교에 도서 115권을 기증한 바 있다.

균형발전 취지에 걸맞은 산업 클러스터 마련

지방에서 공공기관 이전을 반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수도권에 몰려 있던 발전정책이 지방으로 확산된다는 점이다. 이미 자본과 기술,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공공기관들이 지방 이전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새로운 지원을 받아 산업클러스터를 육성하는 등 지역 발전에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가스공사는 이전과 동시에 대구에 국내 최대 ‘에너지 산업 벨트’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석유산업 단지인 울산과 연계해 2019년까지 대구를 에너지 산업 벨트의 중심지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울산의 석유클러스터를 대구의 가스클러스터와 연결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가스공사는 4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단계는 내년 4월까지 공사의 지역화를 위해 노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2단계는 2016년 4월까지 지역사회와의 결속을 강화하고 2019년 4월까지 3년간 진행되는 3단계에서는 본격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4단계는 최종적으로 에너지 산업 벨트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석유공사는 이미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정제시설과 석유화학단지가 밀집해 있는 울산에서 오일허브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석유공사와 민간기업이 합동으로 대규모 상업용 석유저장시설을 확보해 싱가포르를 능가하는 오일허브를 세운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16년 울산 북항에 석유제품 990만 배럴 규모의 저장시설과 항만 접안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2020년에는 남항에 북항사업과 연계한 원유 1850만 배럴 규모의 시설을 설치하고 향후 5660만 배럴의 석유 물류 인프라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석유공사의 이 같은 계획이 실현되면 2020년까지 3조6000억 원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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