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안구마우스 ‘아이캔플러스’ 무료 보급… 장애인이 세상과 소통할수 있게 해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사회공헌 Together]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신형진 씨(31·연세대 석사과정)가 휠체어에 누운 상태에서 눈동자를 왼쪽으로 움직였다. 그의 눈동자를 따라 모니터 속 마우스 커서도 함께 이동했다. 움직이는 속도는 느렸지만 신 씨의 눈이 향한 방향대로 정확하게 움직였다. 인터넷 쇼핑몰 홈페이지 ‘결제’ 버튼에 커서를 올려놓고 신 씨가 두 눈을 깜빡이자 클릭이 되면서 결제가 완료됐다는 메시지가 떴다.

신 씨가 누운 상태에서도 손발을 사용하지 않은 채 눈으로 마우스 조작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삼성전자가 만든 장애인용 안구마우스 ‘아이캔플러스(EYECAN+)’ 덕이다.

아이캔플러스는 2012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조성구 책임 등 사원 5명이 개발한 첫 안구마우스 ‘아이캔(EYECAN)’을 좀 더 발전시킨 2세대 제품이다. 안경테에 웹캠을 부착한 형태라 안경처럼 직접 얼굴에 써야 하는 아이캔과 달리, 아이캔플러스는 모니터와 연결된 셋업박스가 사용자 눈을 인식해 자동으로 움직인다.

눈동자의 움직임을 따라 마우스 포인터가 이동하고 특정 아이콘이나 폴더, 링크를 1초 동안 바라보거나 눈을 깜빡이는 것으로 클릭과 스크롤링 등을 실행할 수 있다. 삼성전자 측은 “기존 아이캔과 비교해 안구 인식의 정확도와 제품 성능을 높이고, 단축키 클릭모드를 적용하는 등 사용환경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아이캔은 삼성전자가 2012년부터 운영해 온 ‘C-Lab(Creative Lab)’의 첫 성과물. C-Lab에서 활동 중인 평범한 삼성 직원 250여 명은 머릿속에 있던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다양한 실험을 해오고 있다.

아이캔 개발팀은 지난해 5월 유명 강연 사이트인 ‘TED’에서 루게릭병에 걸린 친구를 위해 눈동자 움직임으로 컴퓨터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아이라이터’를 개발한 믹 에블링의 동영상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삼성전자 창의개발연구소의 1호 과제로 선정됐다.

개발팀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전신마비 환자의 가족들을 직접 만나 환자에게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를 조사했다. 이어 3개월 동안 환자 10명을 직접 만나 아이캔의 성능을 실험했다. ‘연세대 스티븐 호킹’으로 잘 알려진 신형진 씨가 개발에 합류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렇게 완성된 아이캔의 대당 재료비는 총 5만 원. 마우스 작동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홈페이지(www.samsungtomorrow.com)에 무료로 공개했다. 기존 안구마우스의 가격이 1000만 원이 넘어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부담이 됐던 점을 감안하면 진입장벽을 크게 낮춘 ‘효자 제품’이다.

신형진 씨는 “아이캔플러스는 신체활동이 어려운 사람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제품”이라며 “무엇보다 개발과정에 참여해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아이캔이 사회적 기여도와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해 회사 차원에서 2세대 제품도 실제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지원했다. 지난해 6월 삼성전자 DMC연구소에서 아이캔의 성능 개선 프로젝트를 맡아 기존 제품의 불편사항을 청취하고, 성능과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 아이캔플러스 출시에 큰 도움이 됐다. 삼성전자는 아이캔플러스를 내년 초부터 필요한 곳에 무료로 보급하고 관련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기술을 공개해 사회적 기업 및 벤처기업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조시정 삼성전자 사회봉사단사무국 상무는 “임직원의 아이디어와 열정이 우리 사회를 더욱 따뜻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