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건설사, 中시장 공략 쉬워졌지만 ‘관시 문화 리스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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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FTA 타결 이후… 중장기적으로 떠오를 블루오션과 한계

《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한국 소비자와 영화·여행·관광업계 등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인의 특성인 ‘만만디(慢慢的·천천히) 기질’이 변화의 양상에도 드러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쌀, 돼지고기, 자동차, 액정표시장치(LCD) 등 대표 품목이 관세 인하 대상에서 빠진 만큼 당장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진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 새로운 ‘블루오션’이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온라인 상거래업계와 관광업계는 벌써 시장 확대 전략을 짜고 있다. 반면에 건설, 정보기술(IT), 게임업계는 문화적 차이와 각종 규제로 FTA의 과실을 누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

해외 직구(직접구매)족인 김수영 씨(31)는 한중 FTA 소식에 귀가 번쩍 뜨였다. 중국산 생활용품이나 장난감을 직구로 싸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다.

한중 FTA에서 전자상거래는 독립된 항목으로 다뤄질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관세 혜택뿐 아니라 배송, 통관, 개인정보 보호 등에서 자유무역을 촉진하는 방향의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온라인 상거래업체들은 이미 FTA 타결을 예상하고 준비 작업을 해 왔다. GS샵은 이날 자사의 인터넷 및 모바일 쇼핑몰 제품을 103개국에 배송해주는 글로벌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배송비는 우체국 국제특급우편(EMS)보다 20∼65% 싸게 책정했다. 주요 타깃은 13억 인구의 중국인이다. GS샵 관계자는 “한중 FTA 타결로 한국의 대기업은 물론이고 우수 중소기업 제품도 더 쉽게 중국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인터파크는 이달 초 중국어와 영어로 된 글로벌 쇼핑몰 사이트를 선보였다.

○ 관광업계 “13억 내수 시장 새로 생겨”

관광업계도 큰 기대에 차 있다. 한국 여행사가 중국에서 현지인을 상대로 다양한 해외여행 상품을 팔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 내 한국 여행사는 중국 정부의 여행조례에 따라 ‘중국인의 한국여행’과 ‘중국인의 중국 내 여행’ 등 2종류의 상품만을 취급할 수 있었다. 현재 업계에서는 “13억 내수시장이 새로 생긴 것과 마찬가지”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 유커(遊客)라 불리는 중국인 여행객의 해외여행 수요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중국 국가여유국(여행 및 관광을 담당하는 기관)은 지난해 9819만 명이었던 중국인 해외여행자 수가 올해 1억16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중국 현지에서 운영되는 여행사는 약 1만9800개로, 외국 자본이 투입된 업체는 34개 정도다. 34개 업체 가운데 한국 여행업체는 하나투어(2008년 진출) 한 곳에 불과하지만 FTA 체결을 전후해 많은 여행사가 중국 진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국내 여행사의 패키지 기획력과 서비스는 중국 현지 업체보다 10년 정도 앞서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FTA 체결을 계기로 한중 양국 사이에 단계적인 비자면제가 이뤄지면 한국을 찾는 유커의 수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관광업계가 목표로 하고 있는 2017년 방한 외래관광객 2000만 명 달성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 정유재 모두투어인터내셔널 대표는 “내년은 한중 정상이 지난 7월 정상회담때 만들기로 합의한 ‘중국 방문의 해’로 예정돼 양국에서 열리는 행사가 상당히 많다”며 “관광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미 중국에 진출한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은 이른바 선점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업체인 CEO스코어가 한중 FTA 체결을 계기로 국내 200대 기업(매출액 기준) 가운데 중국 시장 매출액을 공시한 38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업들의 지난해 중국 매출액은 145조1540억 원으로 2011년(107조8750억 원)에 비해 37조2790억 원(34.6%) 증가했다. 전체 매출액에서 중국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1년 평균 15.6%에서 지난해에는 17.5%로 높아졌다.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중국 측이 복수비자 발급을 허용하고 금융 투명성을 높이기로 해 중국에서 이미 대규모 사업을 추진 중인 기업들이 인적 왕래를 활성화하고 금융 관련 리스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영화-방송업계 “한류 콘텐츠 규제 풀려야”


“이번 발표만 봐선 변한 게 없어요. 뭐가 좋아진 건지 모르겠어요.”

이번에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개방하기로 하면서 중국 내 한류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일각에서 나왔다. 실제 중국 내에서 한국인이 최대 49%의 지분을 갖는 합자법인 설립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한중 FTA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협의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이번 발표 내용에 한국의 주력 문화 콘텐츠 상품인 게임이나 방송 산업 부문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빠졌기 때문이다. 한 방송콘텐츠 수출 관계자는 “중국 시장 진출에서 가장 걸림돌인 정부 심의나 해외 콘텐츠 규제에 대한 논의가 있을 줄 알았는데 찾을 수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영화 역시 9월 한중 영화공동제작협정을 통해 결정된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선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한중 양국은 합작영화의 경우 중국에서 자국 영화로 인정받도록 해 외국 영화에 대한 쿼터제한을 피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통신서비스는 중국이 맺은 FTA에서 처음으로 독립된 형태의 챕터가 담겼다. 상대국 사업자가 서비스를 공급할 때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양국이 통신산업을 기간산업으로 명시해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고 있어 개별 통신업체가 FTA 효과를 누리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건설사들은 일단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유리해졌다. FTA가 발효되면 한국의 설계, 엔지니어링, 시공, 감리 등 건설 관련 기업들이 중국 정부에서 발주하는 공사에 입찰할 때 한국에서 진행한 공사 실적도 인정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국내 건설사가 중국 정부에서 발주하는 공장, 철도, 발전소 등의 공사를 수주하려면 중국에서 같은 분야의 공사 실적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여건 변화가 당장 한국 건설업계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중국 공영건설사 대부분이 대형 업체로 가격경쟁력에서 우위가 있고 중국 특유의 ‘관시(關係)’ 문화 때문에 한국 기업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며 “수익을 다시 국내로 가져오는 문제 등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편집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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