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인도에서 5초만에 완판… 샤오미 스마트폰 ‘안달 마케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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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의 짝퉁? 저가전략 성공?… 실리콘밸리 혁신 DNA 무기로
고성능 제품 유통마진 최소화… 한정물량 싸게 내놔 고객 애간장

지난 몇 달간 국내외 모바일 기기 마니아와 전문가 집단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스마트폰은 무엇일까. 애플의 아이폰6, 삼성의 갤럭시노트 엣지가 아니다. 바로 샤오미의 스마트폰이다. ‘아이폰의 짝퉁’이라는 혹평도 존재하지만 올해 말 6000만 대 판매를 앞두고 있는 중국시장 최고 강자다. 상당한 수준의 성능을 자랑하지만 가격은 우리 돈으로 40만 원을 넘지 않는다. 그래서 흔히 ‘저가 전략의 성공’으로 오해하지만 샤오미 사례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성공의 핵심 요인은 다른 곳에 있음을 알 수 있다.

○ 소프트웨어 역량

샤오미가 창립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이 아니라 안드로이드 기반의 변형 운영체제(OS)인 미유아이(MIUI)를 출시한 것이다. 샤오미는 애초에 소프트웨어 회사였다는 뜻이다. 샤오미가 창업한 때인 2010년 여름 중국에서는 검열 문제로 안드로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이 철수하고, 다른 스마트폰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소홀히 하면서 사용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샤오미는 이러한 스마트폰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반영해서 자체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수시로 업그레이드를 했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안드로이드 기반 변형 OS는 대부분 오리지널 안드로이드 OS보다 느리고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성공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샤오미는 신속한 오류 수정과 무한 업그레이드로 이러한 단점을 짧은 시간에 극복해나갔다.

그리고 2011년 자신만의 첫 스마트폰을 내놓는다. 1년 가까이 사용자 편의에 집착하고 소비자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자신의 OS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온 모든 과정이 샤오미의 힘이 됐다.

○ 홈페이지 통한 직접판매만 고집


샤오미 스마트폰은 싸다. 저가 브랜드로 인식되기 쉽다. 그래서 샤오미는 판매 물량을 매번 한정한다. 판매가 완료되면 소비자는 다음 번 제품 출시를 기다려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짜증 나고 불편한 방식이지만 샤오미 제품은 소비자들이 그런 불편을 감수할 만큼 성능과 가격 면에서 매력적이다. 소비자를 안달복달하게 만드는 이른바 ‘헝거 마케팅(hunger marketing)’이다. 물론 샤오미의 마케팅은 핵심 역량인 ‘소프트웨어 MIUI’가 있기에 가능했다. 제품을 출시하면 몇 분 만에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고 소비자들에게 샤오미란 브랜드는 싸지만 돈 주고도 못 구하는 제품으로 격상시켰다. 당연히 샤오미의 브랜드 가치는 상승했다. 헝거 마케팅은 중국시장에서만 진행하고 있는 게 아니다. 인도에서는 5초, 싱가포르에서는 2분 만에 물량 완판 기록을 세워 고객을 애타게 만들었다.

샤오미 경영진은 무조건 홈페이지를 통한 직접판매만 하면서 유통마진을 사실상 ‘제로화’했다. 또 광고를 전혀 하지 않고 오직 온라인 ‘직판’에 집중해 마케팅 비용을 매출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

이 같은 과감한 혁신은 샤오미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실리콘밸리 DNA에서 나온다. 샤오미 회장인 레이쥔은 소프트웨어 회사 경영자로 재직하다 사퇴한 상태였고, 이때 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 출신이면서 구글의 개발담당 임원까지 지낸 린빈을 만나 의기투합했다. 여기에 미국계 자본까지 투자자로 들어오면서 샤오미는 실리콘밸리 특유의 혁신 DNA를 갖게 됐다. 샤오미의 미래가 어둡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주용 기업투자 칼럼니스트 fruitspop@hanmail.net

정리=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샤오미#스마트폰#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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