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환율… 통화정책 스텝 계속 꼬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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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달러에 엔低 겹쳐… 韓銀 진퇴양난 처지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6원 상승(원화가치는 하락)한 1069.0원에 마감됐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환율은 장중 107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날 마감 직후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의 딜링룸 모습.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6원 상승(원화가치는 하락)한 1069.0원에 마감됐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환율은 장중 107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날 마감 직후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의 딜링룸 모습.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슈퍼 달러’ 현상의 후폭풍으로 달러당 원화 환율이 지붕이 뚫린 듯 상승(원화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그런데도 외환당국은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는 처지다. 환율을 방어하려고 섣부르게 개입했다간 엔화 약세(円低·엔저)의 역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더욱 진퇴양난이다. 엔화 약세와 경기침체만 생각하면 기준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 하지만 이제 와서 금리를 낮추려다 외환시장의 변동성만 키우는 결과가 나올까 봐 난감한 상황이다. 한은의 금리 결정을 둘러싼 논란과 공방은 7일 한은 국정감사를 거쳐 15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샌드위치 환율’에 ‘갈팡질팡 금리’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7.6원 오른 1069.0원에 마감됐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강세 현상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달러당 1100원 선이 머지않았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통상 원화가치의 하락은 한국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실물경제에 도움을 주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우선 엔화가치의 하락 속도가 원화보다 훨씬 더 빠르다. 한은 등에 따르면 달러 강세가 진행된 올 6월 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원-달러 환율은 4.3% 오르는 데 그쳤지만 엔-달러 환율은 8%가량 상승했다. 원저(低)에 안심할 게 아니라 엔저로 인한 한국 수출기업의 상대적 피해를 걱정해야 할 처지인 것이다.

하지만 원화가치의 하락세를 용인하자니 이 역시 금융시장의 불안을 방치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게 정부의 부담이다. 9월 한 달 동안 원-달러 환율의 일간 변동폭은 평균 4.9원으로 올 2월(5.4원) 이후 가장 높았다. 가뜩이나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안 좋은 판국에 외국인들이 증시에서 자금을 대거 빼 나가면 환율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진다. 결국 한국의 원화가 강한 달러와 약한 엔화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재승 KB투자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엔저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최근 환율 상승세를 보면 추가 인하는 부담”이라며 “경기를 살리겠다고 금리를 내렸다가는 나중에 책임론에 시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 금리인하 타이밍 놓쳤나


이렇게 통화정책의 스텝이 꼬이다 보니 한은의 금리인하 실기(失期)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슈퍼 달러’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찌감치 금리를 충분히 내려놨어야 하는데 장기간(2013년 6월∼2014년 7월) 동결 기조를 이어가면서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이미 금리인상 쪽으로 방향을 튼 지금에 와서 금리를 내리자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미국과의 내외(內外) 금리 차가 줄어들면서 자본 유출이 가속화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할 수만 있었다면 경기가 부진하고 물가상승률도 낮았던 지난해 말쯤에 금리를 내렸어야 했다”며 “올 상반기 경기가 꺾인 것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연초에 미리 금리를 내렸다면 엔저의 역풍이 이렇게 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부작용은 있겠지만 부진한 수출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환율만 보고 금리를 결정하지는 않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현재 절반이 넘는 시장전문가들은 이달 금리인하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샌드위치#슈퍼 달러#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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