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요리사’ 쿡, 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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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으로만 사용한다면 아이폰이 휘어지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

‘벤드게이트’(bendgate·‘아이폰6 플러스’가 손 힘만으로 쉽게 휘어지는 불량 논란)와 관련해 애플이 25일(현지 시간) 내놓은 해명이다. 모바일 운영체제 ‘iOS’ 오류로 공식 사과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또다시 품질 이슈로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야심작 ‘아이폰6’를 선보인 이후 최악의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다양한 시도를 해왔지만 시장에선 ‘너무 마음만 급했던 것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IBM 출신으로 1998년 애플에 입사한 쿡 CEO는 잡스에게 현실적인 경영 조언을 아끼지 않던 인물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였던 잡스와 달리 쿡 CEO는 침착하고 논리적인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2011년 8월부터 애플 CEO를 맡아 온 그는 잡스와는 다른, 자신만의 색깔을 살린 ‘팀 쿡’식(式) 애플의 부활을 위해 공을 들여 왔다. 잡스가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포기하지 못하는 ‘괴짜’였다면 쿡은 실용주의 리더십을 펼쳐 왔다.

첫 번째 시도가 지난해 중국 등 신흥시장을 겨냥해 내놨던 보급형 ‘아이폰5C’였다. 하지만 ‘잡스의 영혼마저 사라졌다’는 혹평 속에 내놓았던 아이폰5C 판매량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쿡 CEO는 1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폰5C 수요가 적었다”고 실패를 인정했다.

4.7인치와 5.5인치 대화면의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 역시 ‘최적의 스마트폰 크기는 3.5인치’라는 잡스의 주장과 상반되는 시도다. 두 제품이 22일(현지 시간) 애플 역사상 최대 예약판매량 1000만 대를 돌파하자 쿡 CEO는 “역대 최고의 출발(best launch ever)”이라고 자축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불과 3일 만에 벤드게이트와 iOS 불량이 연달아 터지면서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조롱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그동안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데 있어 잡스보다 훨씬 덜 인색하다는 평을 듣던 쿡 CEO가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품 리콜 등 현실적인 대응이 아닌 “실제 제품이 구부러졌다는 고객은 (예약판매) 1000만 명 중 9명뿐”이라고 해명하는 모습이 과거 ‘안테나게이트’(2010년 아이폰4 출시 직후 잡는 위치에 따라 수신 감도가 떨어진다는 논란) 당시 잡스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애플#아이폰6#팀 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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