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R&D 투자의 급격한 변동이 ‘건강 기업’ 신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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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 투자는 기업 혁신의 원천이다.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한 연구개발에 투자를 많이 하면 할수록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올라간다. 하지만 단기간에 투자액을 크게 늘리거나 크게 줄이는 경우는 나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경영자 개인의 변덕, 혹은 근시안적인 의사결정 때문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템플대와 세인트조지프대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연구개발 투자의 급격한 변동은 오히려 건강한 기업임을 나타내는 신호일 수도 있다. 연구진은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년 동안 미국 내 3399개 제조업체들의 연구개발 투자액을 조사했다. 또 등록 특허의 수, 신제품의 수, 그리고 주가총액의 변화도 측정했다. 조사 결과 연구개발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경우 기업이 창출하는 지식의 범위와 혁신성, 그리고 주가총액으로 측정되는 기업 가치 역시 빠르게 증가함을 확인했다. 심지어 투자가 급격히 감소하는 경우에도 기업의 가치는 상승하는 경향이 있었다.

연구개발 투자의 변동이 큰 이유는 경영자의 변덕 때문이 아니라 그 기업이 내외부 상황 변화에 맞는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투자액이 갑자기 늘어난 기업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기술과 지식을 활용하는 전략에서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탐색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투자액을 크게 줄인 기업은 지금까지 개발한 기술을 가지고 최대한 성과를 뽑아내는 전략으로 바뀌는 과정일 가능성이 높다. 어떤 쪽이든 간에, 연구개발 투자의 급격한 변동은 그 기업이 자사의 보유 기술 수준과 그 활용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연구결과는 기업이 ‘연구개발예산 작년 대비 5% 증가’와 같이 관행적인 투자를 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기업의 혁신 포트폴리오에 대한 지속적이면서도 면밀한 모니터링과 효과적인 연구개발 투자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경민 연세대 경영대 교수 kminpark@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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