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門 세탁기’의 비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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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WW9000’ 개발 뒷얘기

최중열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디자인그룹 상무(오른쪽)와 김강두 책임연구원이 ‘WW9000’ 등 삼성전자 프리미엄 세탁기에 적용된 ‘크리스탈 블루 도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맑고 푸른 물과 같은 느낌의 색상을 내기 위해 이중사출 공법을 적용했다. 삼성전자 제공
최중열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디자인그룹 상무(오른쪽)와 김강두 책임연구원이 ‘WW9000’ 등 삼성전자 프리미엄 세탁기에 적용된 ‘크리스탈 블루 도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맑고 푸른 물과 같은 느낌의 색상을 내기 위해 이중사출 공법을 적용했다. 삼성전자 제공
일반적으로 세탁기는 냉장고, 에어컨 등과 함께 백색가전(白色家電)으로 분류된다. 이름처럼 흰색 가전제품이란 뜻으로 전자업계에선 백색가전에 튀는 색상을 입히는 경우가 흔치 않다.

삼성전자는 최근 백색가전의 기본 공식을 깨고 깊은 바닷속을 연상시키는 색상의 도어(드럼세탁기 문)를 채용한 프리미엄 세탁기 ‘W9000’과 ‘WW9000’을 잇달아 내놓았다. ‘크리스탈 블루’ 도어는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컬러 스페셜리스트(색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한 소비자의 색상별 감정 반응 연구를 바탕으로 제작한 제품이다.

최중열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디자인그룹 상무는 “세탁기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연상어가 물”이라며 “푸른빛과 초록빛이 섞여 깊은 바닷물 느낌을 내는 ‘터쿠아즈 블루’ 색상을 구현해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디자인팀은 유리공예 회사를 방문해 투명하면서도 깊이 있는 빛깔을 내는 법을 공동 연구하는가 하면 양산 직전까지 염색약을 농도별로 다르게 섞는 수천 차례의 색상 실험 끝에 원하는 색을 찾아냈다.

이렇게 찾아낸 색을 실제 세탁기 도어에 어떻게 적용하느냐는 것도 어려운 과제였다. 삼성전자는 이중사출(double injection) 공법을 처음으로 세탁기 도어에 시도했다. 이중사출이란 플라스틱 레진 사출을 두 차례에 걸쳐 반복함으로써 컬러와 소재 등이 중첩돼 투명한 듯하면서 빛의 양과 각도에 따라 색상이 다르게 보이는 효과를 내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TV 스탠드 등에 이 공법을 적용해왔다.

김강두 삼성전자 책임연구원은 “각도에 따라 다양한 빛을 발하면서도 깊이 있는 푸른색이 감돌게 만들었다”며 “빛이 적을 땐 진한 검푸른빛, 빛이 많이 투과될 때는 연한 푸른빛이 돈다”고 설명했다.

도어의 기능적 디자인도 강화했다. WW9000은 기존 제품에 비해 도어의 위치를 25mm 올려 허리를 덜 굽히고 세탁물을 넣고 뺄 수 있도록 했다. 드럼통 자체를 기존 제품보다 위로 올림으로써 무게중심이 올라갔지만 진동이나 균형상 문제가 없도록 한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도어 직경은 360mm로 기존 제품보다 40mm 늘리고 최대 170도까지 활짝 열리도록 메탈 더블 힌지를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도어 크기를 무조건 크게만 만들면 세탁물이 빨래 과정에서 밀려나오기 쉬운데 이를 방지하면서도 세탁물을 넣고 빼기 편리한 최적의 크기를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최 상무는 “세탁기 도어는 사람으로 치면 얼굴처럼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이라 최대한 많은 혁신을 담으려고 했다”며 “크리스탈 블루 도어를 삼성전자 세탁기의 차별화된 상징으로 삼아 앞으로 나오는 제품에도 적용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 세탁기#WW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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