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현의 신차명차 시승기] ‘재미있고 또 재미있는’ i3타고 달린 200km

  • 동아경제
  • 입력 2014년 6월 13일 0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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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극장 스크린에서 튀어 나온 것처럼 생긴 ‘미래의 차’가 주차장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앞뒤를 꼼꼼히 살펴보니 지금까지 존재했던 어떤 차와도 닮지 않았다. 언뜻 통통한 모습이 친근한 듯 귀여우면서도 전체적인 디자인이 세련됐다. 한마디로 축약하면 예쁘고 깜찍하다.

BMW가 세상에 내놓은 순수전기차 i3는 다른 브랜드처럼 기존에 있던 차량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집어넣어 전기차로 꾸민 차가 아니다. 오직 이 차만을 위해 디자인과 차체, 만드는 방식까지 모든 것을 새롭게 개발했다. 때문에 기존 차량과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

i3는 인프라가 어느 정도 구축된 제주도와 달리 아직까지는 서울에서 타기에 부담스럽다. 가장 큰 불편함은 충전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시승을 위해 i3를 받았으나 동선을 짜기가 애매했다. 제원표상 주행 가능거리는 130km지만, 여름철 에어컨을 틀고 조금 과격하게 운전한다면 100km를 조금 더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서울 도심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시승코스를 짰다.
#양문형 냉장고처럼 열리는 차문 “신기해”
차는 언뜻 봤을 때 기아차 쏘울과 비슷한 정도의 크기다. 실제로는 전장 3999mm, 전폭 1775mm, 전고 1578mm로 쏘울(4140×1800×1600mm)보다 약간 작다. 재미있는 것은 공간 확보를 위해 B필러를 없애고 차문을 양문형 냉장고처럼 마주보고 연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타고 내리기가 편했는데 문을 열 때는 반드시 앞문을 먼저 열고, 닫을 때는 뒷문을 먼저 닫아야 한다.

운전석에 앉아 전원스위치를 켰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계기반에 ‘READY’ 메시지가 떴다. 출발준비가 모두 끝났다는 신호다. 스티어링 휠 오른쪽 뒤에 붙은 변속기 레버를 앞으로 감아 돌려 ‘D’모드에 맞추자 스르륵 차가 움직였다. 센터페시아가 없어 운전석과 조수석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점이 독특했다. 계기반에는 112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표시됐다.

i3는 BMW에서 공급하는 충전기를 이용하면 3시간 만에 완전 충전된다. 급속충전을 선택하면 30분 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고, 220V를 사용하는 비상용 충전기로는 완전 충전까지 8~10시간가량 걸린다. 배터리는 8년 10만km를 보증한다.
#미끄러지듯 달리는 친환경차 i3
차에 처음 올랐을 때 기분 좋았던 것은 새 차에서 나는 가죽이나 화학물질 냄새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모든 내장재를 친환경 소재로 꾸몄기 때문인데, 시트는 천연직물로 만들었고 대시보드 등도 유칼립투스 나무를 깎아서 붙였다. 덕분에 시승 내내 머리가 상쾌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잘 달리지 못할 것이란 편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i3를 타보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곧바로 느끼게 된다.

후륜구동인 i3는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25.5kg.m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60km/h까지 3.7초, 100km/h까지는 7.2초가 걸린다. 하지만 실제로 느끼는 가속감은 이보다 훨씬 빠르다. 변속충격 없이 미끄러지듯 도로를 질주하기 때문이다.
도심 고속화도로에서 가속페달을 조금 깊게 밟자 순식간에 안전최고속도인 150km/h에 도달했다. 약간 휘청거림을 느끼며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자 브레이크가 강하게 걸렸다. 가속과 제동을 페달 하나로 수행하는 ‘싱글 페달 제어기능’ 때문이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저절로 제동이 걸리며 충전되는 방식이다. 이 때 제동력이 강력해 조심스럽게 운전하면 거의 브레이크페달을 밟을 일이 없을 정도다.
#공차중량 1300kg에 무게중심 낮아 안정감 뛰어나
타이어는 브리지스톤 155/70R19를 장착했는데, 이처럼 폭이 좁고 구경이 큰 타이어를 선택한 이유는 조금이라도 저항을 줄여 전기를 아끼고 도심에서 민첩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다. 진동과 소음은 탑승자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미미하다.

또 하나의 특징은 BMW가 만든 차답게 핸들링이 날카롭고 탄탄하다는 것이다. 무거운 배터리를 차 바닥에 깔고 차체를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공차중량은 1300kg에 불과하고, 무게 중심도 낮아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차체 강도도 높아 64km/h에서 정면으로 충돌해도 탑승자의 안전을 보장한다.
주행모드는 컴포트, 에코프로, 에코프로 플러스가 있다. 이론상으로 컴포트에서 최대 주행 가능거리가 130km이고, 에코프로에서는 20km가 추가된다. 에코프로 플러스는 여기에 또 다시 20km가 늘어나 모두 170km를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더운 여름철 에어컨을 켜고 컴포트 모드로 서울 도심을 거칠게 달리면 100km 내외를 주행할 수 있다.

약 200km의 시승을 끝낸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불편하지만 재미있다’였다. 충전이 불편하고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운전은 생각이상으로 편하고 재미있었다.
아직까지 가격은 조금 부담스럽다. 고급형인 i3 솔(SOL)은 6400만 원, 최고급형인 비스(VIS)는 6900만 원이다. 하반기에 추가되는 기본형인 룩스(LUX)는 5800만 원이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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