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사는 시대. 오랜 관행에 따라 진행되는 방식은 이제 어떤 업계에서도 살아남지 못한다. 생활 그 자체가 변화와 함께 가야 한다. 고객들과 바로 맞닿아 있고, 고객들이 바로 체험하며 몸으로 느끼게 되는 여행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여행사의 업무 방식에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대리점 없는 참좋은여행, 수수료를 고객에게
여행사는 판매방식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대리점을 두고 판매하는 간판(간접판매) 여행사와 대리점 없이 직접 고객의 예약을 받는 직판(직접판매) 여행사. 전국에 수많은 대리점을 두고 있는 대형 여행사들은 대부분 간판 여행사. 대리점에 9%의 수수료를 주도록 되어 있다. 이에 비해 참좋은여행은 대리점 없이(전국에 4개 지점뿐), 고객이 본사에 직접 예약을 하는 직판 여행사다.
참좋은여행은 2013년에 약 20억 원 규모로 TV CF를 방영하는 등, 창사 이래 가장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고, 이는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참좋은여행의 2012년 마케팅 총 예산은 27억 원 선, 2013년 총예산은 약 38억 원이다.
이 중에는 지상파 TV CF 제작비와 방영료 약 20억 원이 포함되어 있다. 2014년 마케팅예산은 약 47억 원. 이 중 TV CF 관련 비용으로 26억 원이 배정되어 있다. 2013년 지상파 TV CF는 5월과 6월 두 달 동안 방영되었는데, 큰 주제는 ‘어릴적 배운 대로, 당신이 이미 알고 실천하는 대로 여행도 그렇게 선택합시다. 불필요한 대리점 수수료가 없는 합리적인 여행사’라는 것이다.
올해는 4월부터 6월까지 지상파 TV와 tvn, OCN, CGV 등 주요 케이블 채널에 같은 소재의 TV CF를 집행할 예정이다. TV CF가 나가면서 자연스레 여행업계에서는 화제가 되었는데 이는 여행업계에서는 최초로 직판 여행사와 간판 여행사의 대립구도를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참좋은여행의 이러한 공격에 대해 간판 여행사들은 “대리점도 고객 서비스의 한 부분”이라고 반론을 펴지만, 참좋은여행은 “직판 여행사들은 직원이 상담자임과 동시에 여행상품 개발자이다. 현지에 직접 가서 체험하고 상품을 만든 직원이 손님과 직접 상담하며 판매를 한다는 이야기다. 대리점을 두고 영업하는 방식은 상품 개발자와 판매자가 다르다. 어떤 쪽이 더 자세하고 친절한 상담이 이루어지겠는가”며 반론한다. 가격보다는 품질로 승부하는 여행사
참좋은여행의 홈페이지(www.verygoodtour.com) 메인화면에서는 가격표시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물론 클릭을 몇 번 하여 상품 상세 설명 페이지로 들어가면 가격이 눈에 들어오지만, 메인화면에서 울긋불긋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299,000∼’ 같은 커다란 숫자가 없다는 것. 이는 참좋은여행이 추구하는 ‘여행상품의 고급화’와 관련이 있다. 가격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제대로 만들고 이 상품의 장점과 ‘여행이 가져다주는 가치’를 어필함으로써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
김우현 영업총괄본부장은 “여행상품 팔기 제일 쉬운 방법이 뭔지 아세요? 가격을 내리는 겁니다. 경쟁사보다 단돈 1만 원이라도 내리면 전화가 금방 와요. 인터넷 시대니까요. 그런데 그럼 경쟁사는 우리보다 만원을 더 내립니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저질 덤핑 상품 강제쇼핑 상품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라고 말한다.
저질 덤핑상품의 피해는 결국 고객이 보게 된다. 원가 80만 원짜리 상품을 29만 원에 팔더라도 여행사는 손해 안 보고 대신 현지에서 과도한 쇼핑과 옵션으로 50만 원 이상을 쓰게끔 만드는 것이다. 여행사들의 과도한 가격 경쟁 때문에 여행 경비보다 옵션 가격이 비싸지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형국이 된다. 여행 준비부터 행복한 마음으로
참좋은여행의 상품 상세 페이지인 기획전은 한 폭의 ‘시화(詩畵)’를 보는 것 같다고들 한다. 다른 여행사에서 흔히 쓰는 ‘초특가’ ‘마지막 기회’ ‘땡처리’ ‘15대 특전 제공’ 등처럼 고객에게 소리치며 “제발 이 물건 좀 사주세요”라고 애원하는 듯한 저렴한 표현이 보이지 않는다.
“항아야 항아야 봄이 오는구나” “브람스를 아세요?” “엄마 어깨에 기대면 엄마 마음이 된다” “황산의 옛이야기는 재미있는데 사람은 풍경만 본다” “네르비온 강가에 예술이 비치면” “여행은 우리의 시간보다 강하다 아시시에서”.
현재 이러한 아름다운 글과 사진으로 만들어진 기획전이 1200개가 넘는다. 참좋은여행은 이 기획전을 아름답게 완성하기 위해 여행사에서는 이례적으로 3명의 기획자와 4명의 정규직 디자이너를 두고 있다. 또 매주 25만 명 온라인 회원들을 상대로 ‘감성적 웹진’을 이메일로 발송하고 있다. 이 고객용 e메일 웹진의 오픈율은 7%에 이르며, 클릭율은 20%를 넘어선다.
참좋은여행에는 땡처리와 초특가라는 단어가 아예 없다. 사실 여행사에서 땡처리와 초특가 상품을 낸다는 것은, 수요 예측을 잘못하여 이를 소진하기 위해 벌이는 궁여지책이다. 참좋은여행은 무리한 전세기, 하드블록 등을 지양하고 있다. ‘중년 여성’이라는 정확한 타깃 설정
참좋은여행은 아주 명확한 마케팅 타깃을 설정하고 있다. 중년 여성. 현재 우리나라 여행시장은 거의 ‘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유럽지역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데, 이 유럽여행은 장거리에 고가인 특성상 ‘아이들 다 시집장가 보내놓고 황혼의 여유가 막 생긴’ 50대부터 실질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행은 50대 부부가 함께 가는 경우가 많지만, 이 여행을 결정하는 결정권은 아내에게 있다. 참좋은여행은 그래서 TV CF를 만들거나 홈페이지를 꾸밀 때도 ‘고급스러움’을 강조한다. 경쟁사보다 조금 비쌀지라도 참좋은여행을 통해 여행을 가면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포인트다.
이 때문에 참좋은여행은 고객충성도가 꽤 높은 편이다. 지난해 4월 자체 고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출발 고객의 평균 35%가 재구매고객이며, 24%는 주변의 소개로 이용하게 되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60%에 가까운 고객이 본인의 경험과 입소문을 통해 참좋은여행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참좋은여행의 고객들은 최소 3번의 전화를 받게 된다. 먼저 여행을 떠나기 전, 상품개발자이자 담당자인 직원이 고객의 취향과 원하는 상품 등을 묻고 최종 안내를 하기 위해 전화를 한다. 두 번째는 여행지에 도착해서 여행 중에 받게 된다. 참좋은여행은 자체적으로 ‘행사 모니터링콜’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역시 담당직원이 전화를 걸어(가족여행 등 대표가 있는 여행일 경우는 대표에게만 전화한다) 여행 상황을 점검한다. 세번째는 한국에 돌아와서 받게 된다.
이때는 ‘해피콜’ 전담 직원이 전화를 하게 되는데, 여행은 잘 마쳤는지 여행지에서 불쾌한 점은 없었는지, 참좋은여행에 조언해 주실 내용은 없는지 등을 묻고 상세히 기록하여 담당자와 해당 팀장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참좋은여행은 별도의 고객만족팀도 운영하고 있다.
참좋은여행은 여행업계에서 인기 많은 여행사로 손꼽힌다. 타 여행사에 비해 연봉이 높고 잘 정비된 내부 시스템으로 인해 야근 등의 업무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잘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행복해야 한다는 신념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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