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2013년 순이익 반토막… 돌파구가 안보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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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에 순이자마진 사상최저… 부실기업 대손충당금도 영향

지난해 국내 18개 은행의 순이익이 2012년 대비 ‘반토막’ 수준인 4조 원으로 떨어졌다.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이자수익이 크게 줄어든 데다 부실기업 구조조정까지 본격화되면서 은행들의 실적이 추락했다. 올해도 경기침체 등 악재가 많아 은행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특수은행을 포함한 국내 18개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4조 원으로 전년(8조7000억 원)보다 53.7%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4분기(10∼12월)에는 1000억 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분기 기준으로 은행이 적자를 낸 것은 2011년 4분기(―6000억 원)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은 소폭이나마 흑자를 냈지만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농협 등 특수은행 5곳은 전년보다 순이익이 134.2%(2조7000억 원) 감소해 70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산업은행이 13년 만에 적자로 전환된 영향이 컸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지난해 국내 은행 18곳의 이자이익은 전년(39조 원)보다 8.3% 감소한 34조9000억 원에 그쳤다. 특히 예대 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이 지속적으로 줄면서 순이자마진은 1.87%로 떨어졌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후 가장 낮다. 금감원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98%)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은행이 이자만으로 먹고살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해 기업 부실이 커지면서 이들 은행의 대손비용은 모두 11조5000억 원으로 집계돼 전년보다 5.9%(6000억 원) 늘었다. 지난해 STX그룹, 동양그룹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경남기업, 쌍용건설 같은 중견 건설사의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은행들은 10조4000억 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했다. STX조선해양의 추가 부실이 발생한 4분기에는 대손비용이 3조2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5000억 원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KT 자회사의 3000억 원대 대출사기와 관련한 대손비용까지 올해 반영된다”며 “‘저수익 저성장’의 시장 환경이 고착된 데다 예기치 못한 악재까지 겹쳐 은행 실적 부진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은행#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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