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집살림 해볼까”… 아웃도어 업체들 外道 나섰다

  • 동아일보

고공 성장행진 한풀 꺾이자… 스포츠 브랜드 독무대였던
올림픽 후원마케팅 나서고… 패션업계 영역까지 눈독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성장 둔화에 대비해 스포츠 의류와 일반 패션업계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네파(왼쪽)와 코오롱(오른쪽)은 패션을 강조한 제품을 새로 내놓았고 아이더(가운데)는 겨울스포츠 전용 제품을 선보였다. 각 업체 제공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성장 둔화에 대비해 스포츠 의류와 일반 패션업계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네파(왼쪽)와 코오롱(오른쪽)은 패션을 강조한 제품을 새로 내놓았고 아이더(가운데)는 겨울스포츠 전용 제품을 선보였다. 각 업체 제공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산’을 떠나 ‘운동장’과 ‘거리’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여러 브랜드가 본업인 아웃도어 외에 스키, 야구, 달리기 등 스포츠 분야에 진출하기 시작했으며 일부는 패션제품을 방불케 하는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시장 성장세 둔화에 따른 대응책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3일 아웃도어 업계에 따르면 밀레는 ‘2014 소치 겨울장애인올림픽’ 한국선수단에 1억8000만 원 상당의 의류와 장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삼성에버랜드의 아웃도어 브랜드인 빈폴아웃도어는 지난달부터 스노보드 국가대표팀의 공식 경기복을 지원하고 있다. 아이더는 지난달 겨울올림픽 특수를 겨냥한 겨울스포츠용 재킷을 선보이기도 했다.

겨울스포츠뿐만이 아니다. 블랙야크는 최근 프로야구 구단인 SK를 공식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야구를 통해 스포츠 분야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블랙야크는 지원 범위를 유니폼으로 할지, 모자 등 장비까지 확대할지를 놓고 SK 구단과 협의하고 있다.

원래 아웃도어 의류업체와 스포츠 의류업체 사이에는 제품 용도와 관련해 뚜렷한 경계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아웃도어 업체들이 잇달아 스포츠 분야 ‘개척’에 나서고 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아웃도어 분야가 곧 성장 한계에 다다를지 모른다는 우려에 있다. 고공행진을 계속하던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률은 2012년부터 감소세에 들어갔다. 올해 성장률(16.1%)은 2009년(35.0%)의 절반 수준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요인은 연관 분야인 스포츠 의류사업에서 충분히 경쟁해볼 만하다는 아웃도어 업계의 자신감이다. 아웃도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극한의 조건에 맞춰 생산되는 아웃도어 의류의 기능과 경량화 등 축적된 기술은 스포츠 의류시장에서도 큰 강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패션 브랜드에 가까운 ‘도시용 캐주얼 아웃도어’로 일상복 시장 진출을 노리는 브랜드들도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달 열린 ‘2014년 봄·여름 시즌 컬렉션 발표회’에서 고어텍스 소재로 만든 일상생활용 트렌치코트 등을 선보였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올해는 가벼운 아웃도어 활동을 하기에 무리가 없고 일상생활에서도 ‘등산복 느낌’ 없이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을 주력으로 채택했다”고 말했다.

네파는 올해 봄·여름 시즌을 앞두고 최근 캐주얼한 디자인의 ‘트래블 라인’을 선보였다. 네파 측은 “소매 조임 부분 등 세부적인 부분에 신경을 써 일상복으로 입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에 스포츠업계와 패션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한 국내 스포츠 브랜드의 마케팅 담당자는 “원래 올림픽을 활용한 마케팅은 스포츠 브랜드의 독무대였는데, 아웃도어 업체들이 속속 진입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아웃도어 시장이 급성장을 거듭할 때는 너도 나도 아웃도어 의류를 만들었지만 이제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일상복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아웃도어#후원마케팅#패션업계#스포츠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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