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금리 5.5%P 파격인상… 국제 금융시장 일단 진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아르헨은 달러매입 제한적 허용… “금리 올리면 내수 침체 악순환
외국인 자금 이탈 가속화될수도”… 전문가들, 약효 지속될지 의문

코스피 오르고 원화가치 급등



29일 서울 중구 명동 외환은행 본점 모습. 신흥국이 잇달아 환율 안정 대책을 내놓으면서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4.22포인트(1.26%) 오른 1,941.15로 마감했고 원-달러 환율은 10.8원 하락(원화 가치 상승)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코스피 오르고 원화가치 급등 29일 서울 중구 명동 외환은행 본점 모습. 신흥국이 잇달아 환율 안정 대책을 내놓으면서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4.22포인트(1.26%) 오른 1,941.15로 마감했고 원-달러 환율은 10.8원 하락(원화 가치 상승)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터키가 28일(현지 시간) 급락하는 자국 통화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무려 5.5%포인트 인상했다. 전날 인도가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한 데 이어 아르헨티나도 이날 개인의 달러화 매매를 허용하는 등 신흥국들이 잇달아 환율 방어 조치를 내놓고 있다.

이 같은 파격적인 조치 덕분에 국제 금융시장은 일단 안정을 되찾는 분위기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금리 인상 직후 달러화 대비 약 3% 상승했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0.57% 오른 데 이어 29일 한국 코스피는 1.26%,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2.7% 올랐다.

하지만 한국 시간으로 30일 새벽 미국이 양적완화 추가 축소를 발표하고, 신흥국에서 자금 유출이 멈추지 않을 경우 국제 금융시장은 다시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특히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급하게 올린 금리가 장기적으로 경제 활력을 억눌러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 신흥국 환율 방어 대책 잇따라

터키 중앙은행이 임시 통화정책위원회에서 내놓은 정책은 ‘파격적’이었다. 정기 통화정책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유지한다”고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기준금리가 4.5%에서 10%로 올랐기 때문이다. 2010년 5월 이후 사상 최대 폭의 인상이다. 터키 중앙은행 측은 “환율이 물가와 거시경제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베노이트 안 소시에테 제네랄 신흥시장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신흥시장에 줄 연쇄 충격을 차단할 정도의 큰 조치”라고 평가했다.

같은 날 아르헨티나는 그동안 페소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금지했던 개인 달러화 매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아르헨티나 국민이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물건을 살 때 매기는 세율을 35%에서 20%로 낮추기로 했던 방침도 철회했다. 바닥난 외환보유액이 더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런 조치 덕분에 터키 리라화는 달러당 2.1680리라로 하루 전보다 4.4% 내려(리라화 가치는 상승) 거래됐다. 말레이시아 링깃화, 태국 밧화 등 아시아 신흥국 통화 가치도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다. 한국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8원 내린 1070.4원에 마감했다.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오름세로 돌아섰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4.22포인트 오른 1,941.15로 마감했고 일본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상승 마감했다.

○ “내수 경기 침체 시 금융시장 더 불안해질 수도”

전문가들은 국제 금융시장이 일단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계를 늦출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남미 국가들은 이미 내수 경기가 엉망인 상황”이라며 “금리를 크게 올려 내수 경기가 더 침체되면 외국인이 오히려 돈을 더 빼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위기가 더 확산될 경우 한국도 안전하지 않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 기초체력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시장이 모두 경색돼 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1998년과 비교할 때 지금은 선진국의 경기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시장 불안 조짐이 발생할 경우 비상 대책에 따라 신속하고 과감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터키#금리인상#금융시장#달러매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