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洞간판’ 사라진 대치-청담동 아파트 울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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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명주소 시행 후 프리미엄 희석… 인기-비인기지역 주민들 명암 갈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울 양천구 목동의 7단지(왼쪽)와 신정동의 8단지로 나뉘어 있다. 새 도로명주소 사용으로 7단지와 8단지는 각각 목동로, 목동서로라는 주소를 갖게 됐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울 양천구 목동의 7단지(왼쪽)와 신정동의 8단지로 나뉘어 있다. 새 도로명주소 사용으로 7단지와 8단지는 각각 목동로, 목동서로라는 주소를 갖게 됐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청담동 대신 도산대로, 학동로 같이 ‘평범한’ 새 주소를 써야 한다는데 불만이 많습니다. 장기적으로 ‘청담동 프리미엄’이 사라질까 걱정하는 분위기입니다.”(서울 강남구 청담동 C공인중개사무소)

기존에 쓰던 동(洞) 주소 대신 도로명주소를 사용하게 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바뀐 주소체계가 집값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에 지역별로 반발과 기대가 뒤섞여 있는 모습이다. 아직까지는 공인중개업소에서 기존의 동 주소를 사용하는 곳이 많고 이미 형성된 학군과 교통시설, 생활편의시설이 건재하기 때문에 집값의 변화는 미미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동 주소가 주던 프리미엄이 희석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 부촌 주민들 “프리미엄 사라질라….”

새 주소 체계에서는 붙어 있는 여러 동이 비슷한 도로명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집값의 평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2만7000채 규모의 초대형 아파트 단지인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1∼7단지는 목동, 8∼14단지는 신정동에 속해 있다. 같은 면적이라도 매매가는 목동 단지가 신정동 단지보다 2000만∼8000만 원 더 비싸다. 지하철역까지의 거리, 재건축 대지 지분 등의 영향도 있지만 목동이라는 이름값이 가장 큰 요인이다.

11년 전 신정동의 새 아파트 대신 목동의 낡은 아파트를 샀던 주부 이모 씨(46·여)는 불만이 크다. 도로명주소 도입으로 일대가 목동로, 목동동로, 목동서로로 불리게 돼 이름값이 사라지게 생겼기 때문이다. 이 씨는 “집을 살 때 신정동의 대단지 아파트를 살까 고민도 했지만 ‘목동’이라는 이름을 포기할 수 없어 이곳에 터전을 마련했는데 앞으로는 그 차이가 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청담동은 원래 이름이 아예 사라진 경우다. ‘사교육 1번지’ 대치동의 은마·선경아파트는 대치동 대신 삼성로, 미도·개포우성아파트는 남부순환로로 바뀌었다. 주민들은 술렁였다. 미도아파트에 사는 김상국 씨(47)는 “왜 새 도로명주소에서 대치라는 이름을 뺀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주민에게는 ‘대치동에 산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부촌인 청담동도 청담이라는 지역명 대신 도산대로, 학동로, 삼성로 등으로 불리게 됐다. 고급 주택지라는 인식이 있는 서대문구 연희동도 성산로, 홍제천로, 가좌로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동 이름이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컸다”며 “새 도로명주소가 보편화되면 장기적으로 이 같은 장점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아파트 브랜드와 도로명에 새 프리미엄 붙을 듯


전문가들은 특정 지역에 붙던 주택값 프리미엄이 앞으로는 새 도로명주소와 브랜드로 옮겨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대형 브랜드 및 단지들은 자체적으로 집값을 이끌어갈 힘이 있어 도로명주소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노후단지, ‘나 홀로 단지’인데도 인기 지역에 있다는 이유로 매매가가 높았던 아파트들은 가격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반대로 “도로명으로 재편되는 것이 원래 인기 있던 지역을 더욱 세분해 한층 더 높은 프리미엄을 줄 수 있다”며 “유명 아파트 브랜드를 가진 시공순위 상위권의 건설사들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홍수영 기자

안하늘 인턴기자 고려대 영문학과 4학년

홍유라 인턴기자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도로명주소#대치동#청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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