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장이 아닙니다… ‘게임 경기장’ 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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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도 ‘보는 시대’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문을 연 e스포츠 경기장. 피파온라인3 등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수용 인원의 2배가 넘는 관중이 모여 경기를 관람한다. 넥슨아레나 제공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문을 연 e스포츠 경기장. 피파온라인3 등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수용 인원의 2배가 넘는 관중이 모여 경기를 관람한다. 넥슨아레나 제공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500여 개의 관중석이 모두 찼다. 뒤늦게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서둘러 계단 등 빈 공간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11일 오후 3시 드디어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대형 스크린에 선수들의 모습이 비치자 관중은 ‘오늘도 이긴다’ ‘최강 승리의 아이콘 Major’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며 환호했다.

경기가 열린 곳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강남대로 빌딩 숲 한복판에 위치한 e스포츠 전용 경기장. 이날 축구 종목인 피파온라인3 2014 챔피언십 8강전 경기가 열렸다. 게임대회였지만 선수와 관중의 열기는 여느 스포츠 경기장 못지않았다. 폭 19m, 높이 3.4m의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에 비친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관중은 숨을 죽였다. 멋진 패스가 나오거나 골이 터지면 소리쳤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대학생 김대운 씨(21)는 “e스포츠가 실제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만큼 박진감이 넘친다”고 말했다.

○ 온라인게임 업체가 찾은 돌파구

게임업체 넥슨이 만든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인 ‘넥슨아레나’는 지난해 12월 28일 문을 열었다. 게임업체가 직접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축구 게임인 피파온라인과 스타크래프트2 대회가 진행 중이다. 총면적 1683m²로 매 경기 43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지만 경기마다 갑절인 800∼900명이 경기장을 찾는다.

최근 들어 스마트폰이 대량 보급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확산되면서 삼삼오오 팀을 나눠 게임을 하던 예전과 달리 ‘나 홀로 게임’이 늘어 팀 단위 게임이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많이 나왔다. 과거 집단으로 모여 놀이를 통해 소속감을 느꼈지만 이제 SNS 커뮤니티 활동 등으로 ‘나만의 집단’을 구축할 수 있어 굳이 집단으로 하는 놀이를 찾을 필요가 없어진 젊은이들의 세태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이인화 교수는 “스마트폰 등으로 개인 컴퓨터를 이용한 활동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온라인 게임의 영역이 점차 위축됐었는데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이란 새로운 놀이공간을 통해 온라인 게임이 또 다른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게임을 혼자 한다는 것은 편견”

실제 경기장을 찾은 이들은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을 일반 스포츠경기장과 같은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게임을 스포츠 경기처럼 보고 즐기는 문화가 시작된 것이다. 대학생 박모 씨(22)도 “가상현실이지만 직접 프리미어리그 등 해외 프로축구를 중계해주는 해설위원이 중계를 하는 등 실제 스포츠의 감동이 있고 조명 음향장비 등 다양한 시설이 보는 재미를 2배로 느끼게 한다”고 했다.

그동안 온라인 게임은 사회적 교류가 단절된 ‘은둔형 외톨이’의 전유물이란 인식이 강했다. 게임업체들은 e스포츠 전용 경기장 등 온라인 게임이 새로운 문화공간을 창출할 수 있는 기초가 돼 온라인 게임의 부정적 인식이 변화하길 기대한다. 넥슨아레나 관계자는 “앞으로 대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 청소년 및 대학생들과 공간을 공유하며 게임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김규동 인턴기자 한양대 컴퓨터공학부 4학년
#이스포츠#게임경기장#온라인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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