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여유법(旅遊法·중국의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여유법 개정안 시행 초기 수그러들었던 중국 여행사들의 불공정 수수료(원가에 못 미치는 비용만 지급) 지급 관행이 최근 되살아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저질 관광상품을 없애겠다는 법 개정 취지만 무색해진 셈이다.
12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율(2012년 같은 기간 대비)은 지난해 10월 이후 뚝 떨어졌다. 여유법 발효 전인 지난해 1∼9월 중국인 관광객은 2012년 같은 기간에 비해 59.1% 늘어난 343만 명이었다. 특히 성수기로 꼽히는 7, 8월의 증가율은 각각 76.4%, 78.9%나 됐다. 그러나 개정 여유법이 시행된 10월의 중국 관광객 증가율은 22.8%로 하락했다. 10월은 중국 국경절(10월 1일)이 끼어 있는 성수기이지만 증가율이 오히려 47.8%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중국 관광객 감소세는 이후로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의 11월 증가율은 35.2%(27만6428명)에 그쳤고 12월 증가율도 15∼25%에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감소세의 이유는 개정 여유법이 시행된 이후 한국 여행상품 가격이 40∼50% 뛰었다는 점에 있다. 여유법은 여행객에게 피해를 주는 저질 관광상품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졌다. 중국 여행사가 자국 관광객을 보낼 때 한국 등 현지 여행사에 주는 ‘지상경비’(숙박·교통·시설이용료 등)를 원가 이상으로 지불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할 경우 무리한 쇼핑이나 강제 옵션관광 등의 부작용이 없어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격경쟁력을 내세웠던 한국 관광상품의 경우 가격이 오르자 관광객이 급감했고 이 와중에 최근 원가에 못 미치는 ‘마이너스 지상경비’를 요구하는 중국 여행사들의 음성적 요구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동아일보가 국내의 외국 관광객 전문여행사 5곳을 조사한 결과 이 중 3곳이 “최근 중국의 ‘원청’ 여행사로부터 마이너스 경비로 계약하자는 은밀한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나머지 2곳은 답변을 거부했다.
결국 여유법 시행 이후 비상식적인 관행이 없어지면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빗나가고 국내 여행사들만 이중고(二重苦)를 겪게 된 것이다. 한 대형여행사 관계자는 “법을 어기자는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어 매출 감소를 각오하고 중국 여행사 몇 곳과 계약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여유법 위반에 대한 단속·처벌 권한은 중국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업계와 정부 당국은 일부 중국 여행사의 행태에 적극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우리에게 특별한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모두투어인터내셔널의 마케팅 담당자는 “마이너스 경비 제안은 대부분 암암리에 이뤄지는 데다 계약서만으로는 잘못된 점을 찾기 어려워 우리 정부가 관여할 여지가 작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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