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같은 겨울… 스키보다 자전거 잘나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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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이상 고온에… 스포츠용품 시장, 엇갈린 희비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 예년 이맘때에는 차가운 강바람 때문에 찾는 이가 거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엔 시민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운동을 하고 있었다. 직장인 김정훈 씨(34)도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김 씨는 “날이 춥지 않아 자전거를 타러 나왔다”고 했다. 이날 서울의 평균 기온은 영하 0.8도로 지난해(영하 7도)와 2012년(영하 5.7도)에 비해 무척이나 포근한 편이었다.

○ 한겨울에 농구 자전거 매출↑… 스키 썰매는↓

최근 ‘따뜻한 겨울날씨’가 이어지면서 유통업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따뜻한 기온 덕에 야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 등 ‘겨울철 비인기 스포츠’ 관련 상품이 때아닌 특수를 맞고 있다. 반면 스키나 눈썰매 등 전통적 겨울 스포츠 용품 매출은 예년에 비해 줄어들었다.

이마트는 6일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월 5일까지 스포츠용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농구 용품(농구공, 농구 골대 등)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1.7%나 늘었다. 자전거 매출은 98.4%, 인라인스케이트는 87.8%, 테니스 라켓과 테니스공은 1.8%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스키복(―64.9%)과 스키 장비(―51.8%), 눈썰매(―43.7%) 매출은 모두 떨어졌다. 겨울용 스포츠 용품은 원래 12월에서 1월 사이에 가장 많이 팔리지만 지난해 말과 올 초에는 연중 매출 비중이 전년(2012년 12월∼2013년 1월)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78%→ 59%).

등산이나 캠핑 등 아웃도어 상품 매출도 늘어나는 추세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월 5일까지 스키 용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2.8% 줄어든 반면 캠핑 용품 매출은 17% 늘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겨울에 캠핑 용품 매출이 늘어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 따뜻한 겨울로 방한 용품은 ‘행사 상품’으로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겨울은 유난히 따뜻하다. 원래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어야 하는 지난해 12월, 전국 평균 기온이 영상이었던 날은 31일 중 13일이나 됐다. 특히 12월 상순(1∼10일)의 전국 평균 기온은 4.5도로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진 날이 많았던 2011, 2012년과 비교하면 기온이 상당히 높았다. 이런 추세는 이달 초에도 계속되고 있다.

따뜻한 날씨 탓에 내의와 방한복 매출은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월 5일까지 롯데마트의 겨울 내복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3% 줄었다. 머플러(―20.5%)와 방한모자(―17.8%)도 판매량이 떨어졌다.

이례적인 겨울 기온 상승으로 유통업체들은 마케팅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나섰다. 한창 잘 팔려야 할 겨울 상품이 인기를 얻지 못하자 롯데마트는 보통 1월 중하순에 진행하던 겨울 상품 처분 행사를 올해는 일주일 앞당겨 9일부터 하기로 했다. 박영식 롯데마트 의류잡화부문장은 “지난해 30%였던 할인율을 올해는 50%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봄가을용 상품은 시장 도입 시기를 앞당기는 추세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까지 2월에 내놓았던 나이키의 운동용 반팔 티셔츠를 한 달 앞당겨 최근 시판했고 미아점(8∼12일)과 천호점(10∼12일)에서는 반팔 티셔츠와 운동화 등 4계절용 스포츠 용품을 모아 행사를 열 계획이다. 민병도 현대백화점 스포츠 담당(바이어)은 “곧 겨울 용품 비중을 낮추고 봄가을용 상품 비중을 50%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스키#자전거#스포츠용품#방한 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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