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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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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못한 블랙베리-HTC 몰락… 태블릿PC 공세에 HP-델 추락

2011년까지 14년 연속 세계 휴대전화 시장 1위를 지켰던 노키아는 올해 2분기(4∼6월) 점유율이 3.2%로 급락하며 9위로 추락했다. 9월에는 아예 휴대전화 사업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하는 신세가 됐다.

‘졸면 죽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스마트폰 시장은 이처럼 부침(浮沈)이 심하다. 오늘의 강자가 언제 링 밖으로 밀려날지 알 수 없다.

한때 ‘오바마폰’으로 불리며 스마트폰의 원조로 인기를 끌었던 블랙베리는 회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5위권에 들며 선전했던 대만의 HTC도 최근에는 중국의 샤오미 등에 밀려 다른 곳에 팔릴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국내 3위 휴대전화 기업인 팬택 역시 지난해부터 이어진 실적 악화를 이겨내지 못해 창업주인 박병엽 부회장이 지난달 경영에서 손을 뗐다. 팬택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한 뒤인 지난해 3분기(7∼9월) 5년 만에 첫 적자를 낸 이후 올해 2분기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다.

PC업계 역시 태블릿PC라는 새로운 시장의 등장에 어떻게 대응했느냐에 따라 어제의 강자가 순식간에 힘을 잃는가 하면 한순간에 치고 올라오는 기업도 있다. 애플이 ‘아이패드’에 힘입어 태블릿PC를 포함한 글로벌 PC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사이 2008년까지만 해도 세계 PC 시장 1, 2위를 호령하던 HP와 델은 3, 4위로 밀렸다. 대만의 PC업체인 에이서와 에이수스 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사업 선점에 실패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두 회사는 최근 태블릿 PC에 밀려 더 이상 팔리지 않는 넷북 사업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시장 내 다양한 주체가 사라지고 소수만 남는 것이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1, 2위 업체를 견제할 수 있는 사업자가 있어야 해당 업계의 혁신을 촉진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후생이 증가하는 등 사회적으로 이득이라는 것이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스마트폰 시장#PC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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