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OC 사업 부실, 엉터리 수요예측 탓”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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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통행량 5만8500대 예측도로 실제론 2757대
■ 감사원 전국 3000여곳 오차 측정

지난해 개통한 중부내륙고속도로 여주∼양평 구간은 하루 평균 2757대의 차량이 이용한다. 이 사업을 시작할 당시 한국도로공사가 사전에 실시한 수요예측 조사에서는 이용 차량이 하루 5만8503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그런데 실제 도로를 개통해 보니 실제 이용 차량이 예측한 수치의 4.7%에 그친 셈이다.

여주∼양평 고속도로와 같은 주요 도로의 엉터리 사전 수요예측이 잘못된 국가 통계 때문에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요예측과 달리 이용객이 턱없이 적은 도로가 건설된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 세금이 엉뚱한 곳에 낭비되고 있다는 의미다.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심재철 의원(새누리당)이 감사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국가교통 데이터베이스(DB)의 신뢰도가 고속도로 59.9%, 국도 25.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한국교통연구원에서 받은 전국 주요 도로 3000여 지점의 실제 교통량 자료를 토대로 신뢰도를 측정했다. 실제 교통량을 국가교통DB 추정 교통량과 비교해 30% 이상 오차가 날 경우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11년 고속도로 신뢰도가 59.9%라는 의미는 10곳 중 4곳에서 실제 교통량과 예상치의 오차가 30% 이상 벌어졌다는 뜻이다. 국도는 이보다 신뢰도가 낮아 10곳 중 7곳 이상에서 실제 교통량 차이가 30% 이상 벌어졌다. 국가교통 DB는 기획재정부의 SOC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에 사용되는 기초 자료다. 교통 건설사업을 추진할 때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심 의원은 “사업 타당성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초자료의 오류 때문에 대형 SOC 사업이 부실화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2007년 이후 국가교통 DB의 신뢰성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예측 오류의 원인을 찾아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당국자는 “국가교통 DB는 특정 지역의 평균 교통량을 토대로 작성된다”며 “하루 중 특정 시간대의 실제 교통량 수치를 가지고 도로의 신뢰도를 측정한 감사원의 평가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승모 고려대 교수(건축사회환경공학부)는 “교통 DB를 작성할 때 대규모 개발 계획을 반영하는데 최근 경기 침체로 무산된 개발 사업이 적지 않다”며 “교통량 수요 예측 항목을 정교하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SOC 사업#중부내륙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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