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회사채, 개미들의 ‘위험한 베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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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반등 노리고 투기성 자금 몰려… 시멘트 회사채 거래대금 4일전의 5배
동양증권도 5억→15억으로 급증… 증권사들 투기등급 채권 판매 중단

동양그룹 회사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위험한 베팅’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동양증권과 동양시멘트, ㈜동양 회사채에 투기성 자금이 몰리고 있다.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회사채 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을 예상해 개인들이 단타 매매에 뛰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에 이어 1일에는 동양시멘트, 동양네트웍스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오히려 동양 계열사의 회사채 거래대금은 급증했다.

○ “단기 반등 노리고 투자”

2015년 6월이 만기인 ‘동양시멘트18’의 1일 거래대금은 20억4760만 원으로 지난달 27일 거래대금(4억2038만 원)의 5배 가까이 된다. 전날 거래대금도 15억6395만 원으로 27일의 4배가량이었다. 이 종목은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거래대금이 수천만 원이었지만 동양그룹의 위기가 가시화되기 시작한 지난달 24일부터 거래대금이 수억 원으로 껑충 뛴 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거래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2015년 6월이 만기인 ‘동양증권78’도 지난달 27일 5억4421만 원이었던 거래대금이 전날 11억3396만 원으로 늘었고, 1일에는 15억1393만 원까지 급증했다. ㈜동양의 회사채인 ‘동양260’도 전날은 법정관리 신청 여파로 거래대금이 1812만 원으로 급감했지만 하루 만에 4313만 원으로 뛰었다. 거래는 급증했지만 가격은 하락했다. ‘동양시멘트18’은 전날 6250원에서 이날 4375원으로 마감됐다. ‘동양증권78’도 전날 8120원에서 7700원으로 내렸으며 ‘동양260’ 역시 2800원에서 2000원으로 떨어졌다.

동양그룹의 회사채 거래대금이 급증한 것은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단기 투자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동양그룹에 대한 긍정적 뉴스가 나오면 회사채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보고 만기까지 보유하기보다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팔려는 단타 매매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최종원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자회사 매각 등이 진행되면 회사채 가격이 올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투자자가 많은 것 같다”며 “하지만 동양그룹이 계열사 매각을 제대로 하지 못해 지금 상황에 이른 것을 감안하면 지금 동양 회사채 투자에 나서는 것은 ‘모 아니면 도’ 식의 위험한 투기”라고 지적했다.

○ 비우량 회사채 소매판매 속속 중단

동양그룹 회사채 인기가 오르는 것과는 반대로 동양과 비슷하게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는 판매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이 신용등급이 BB 이하인 투기등급 채권을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속속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우량 회사채는 기관투자가는 투자가 금지돼 있으며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기 때문에 투기 성향이 높은 개인투자자 등이 주로 매입해 왔다. 하지만 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개인을 대상으로 한 비우량 회사채 판매는 상당 부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손효림·이원주 기자 aryssong@donga.com
#동양그룹#회사채#개인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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