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4050 힘내세요… 창업의 문 함께 열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 SKT ‘브라보! 리스타트’ 4박5일 창업교육캠프 현장

지난달 27일 경기 이천시 SK텔레콤 미래경영연구원에서 ‘브라보! 리스타트’ 창업 지원 프로그램 도전자와 멘토들이 포즈를 취했다. SK텔레콤은 40, 50대 중장년층이 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한 창업에 나서는 것을 돕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천=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지난달 27일 경기 이천시 SK텔레콤 미래경영연구원에서 ‘브라보! 리스타트’ 창업 지원 프로그램 도전자와 멘토들이 포즈를 취했다. SK텔레콤은 40, 50대 중장년층이 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한 창업에 나서는 것을 돕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천=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창업에 나이가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얼굴이 화끈거려 혼났어요.”

박영수 씨(54)는 올해 초 한 예비창업가 모임에 나갔다가 청년 사업가들 틈에서 기를 펴지 못했던 일화를 얘기하며 고개를 저었다. 대부분 20, 30대인 참가자들이 아버지뻘인 박 씨를 불편하게 여긴 것이다. 창업가 네트워크에 끼지 못하면 최신 정보에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기를 쓰고 참여했지만 쓸쓸히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는 10년 넘게 인터넷 미디어 기업에서 일하다 지난해 임원으로 퇴직했다. 여전히 젊다는 생각에 틈틈이 준비했던 소셜미디어 창업에 도전했다. 하지만 청년 창업가와는 달리 사무실, 기술 인력 등 모든 것을 자신이 직접 구해야 했다. 정부의 창업 지원은 대부분 39세 이하 청년 세대를 타깃으로 한 것이었다. 지식이나 경험 모두 후배들에게 뒤질 게 없다고 자부한 그였지만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 창업 열풍에서 소외된 4050

국내에 창업 바람이 불고 있지만 제2의 도전에 나선 40, 50대 예비창업가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창업을 통한 창조경제’를 목표로 정부가 내놓은 각종 지원 프로그램이 주로 청년 창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실에 좌절해 앞뒤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생계형 자영업에 나서다 실패하는 이도 많다.

SK텔레콤은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중장년층의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창업을 지원하는 ‘브라보! 리스타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지난달 24∼27일 경기 이천시 SK텔레콤 미래경영연구원에서는 이 프로그램 도전자들이 참가하는 합숙 심사가 진행됐다.

12 대 1의 경쟁을 뚫고 1차 심사서류를 통과한 20명의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4박 5일간 창업 전문가들의 집중 교육을 받고 자신의 기획안을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었다. 합숙 마지막 날인 27일 기자와 만난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예비 창업 과정을 상세히 털어놨다.

1990년대부터 건설용 중장비 임대업을 해 온 심홍철 씨(47)는 불황에 빠진 건설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여러 차례 부도 위기를 넘기며 산전수전 다 겪은 그였지만 한계를 느꼈다. 이번에는 신기술을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심 씨는 임대하는 굴착기 등에 붙여 건설 장비 사용 시간 등을 자동으로 체크할 수 있는 측정기를 개발해 창업하기로 했다. 6명의 동업자와 함께 협동조합도 만들었다. 오랜 현장 경험에서 나온 아이템이라 수요 조사 결과도 좋았다. 하지만 창업 문턱에서 좌절했다. 시제품을 만들려고 기술 지원 프로그램을 노크했는데 “나이 때문에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다.

‘나이의 벽’은 4050 창업가들에게 높은 장애물이다. 주부 정언랑 씨(45)는 스마트폰으로 그림을 그려 휴대전화 케이스나 기념품을 만드는 소규모 디지털 공방을 창업 아이템으로 삼았다. 열정에 부풀어 사업을 준비했지만 ‘중년 아줌마가 웬 창업이냐’는 시선만 돌아왔다.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곳은 없었다.

○ 기술보다 소중한 동지, 네트워크

소방방재회사 기술자로 일하다 최근 창업한 정규택 씨(50)는 30년 가까이 기술자로 일하면서 ‘언젠가 나만의 사업을 이루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했다. 노력도 많이 했지만 창업 후에야 뭐가 부족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과의 교류, 네트워크가 문제였다.

SK텔레콤 ‘브라보! 리스타트’ 프로그램 참가자들 대부분이 정 씨와 같은 생각이었다. 서로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 창업가 네트워크에 가장 목말라 했던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감추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이내 창업 과정에서 느낀 고충과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수업이 끝난 뒤 소주잔을 기울이며 “우리가 중년 창업가 후배들을 위한 밀알이 되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브라보 스타트’라는 모임도 만들었다. ‘리스타트’가 아닌 ‘스타트’라는 표현을 쓴 것은 ‘언제나 첫 도전’이라는 의미에서다.

SK텔레콤은 조만간 20여 명의 ‘4050 창업가’ 가운데 10명을 최종 선정해 6개월간 창업보육을 시작한다. 도전자 중 한 명인 박 씨는 “곧 우리 운명은 갈리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창업 동지를 만났으니 탈락하더라도 섭섭해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천=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skt#리스타트#창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