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교육-인맥까지… 일석삼조 창업 허브

  • 동아일보

오프라인 ‘스타트업 라운지’ 확산

서울벤처인큐베이터가 지난해 초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문을 연 스마트인큐베이터. 이곳에서는 예비 창업가들이 자유롭게 회의하거나 업무를 볼 수 있으며, 선배 창업가들의 강연도 들을 수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서울벤처인큐베이터가 지난해 초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문을 연 스마트인큐베이터. 이곳에서는 예비 창업가들이 자유롭게 회의하거나 업무를 볼 수 있으며, 선배 창업가들의 강연도 들을 수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조민승 씨(34)는 2011년 말 7년 동안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뒀다. 내 회사를 세워 실력 있는 국내 인디 음악가들의 음원(音源)을 해외에 소개하겠다는 꿈을 펼치고 싶어서였다. 창업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각오했지만 하나도 되는 일이 없었다. 투자제안서를 쓰는 일부터 벽에 부딪혔고 믿을 만한 동료를 구하기도 힘들었다. 제대로 사업을 벌이기 전부터 목돈을 들여 사무실을 얻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쩔 수 없이 노트북PC를 들고 커피숍을 돌아다니는 일이 계속됐다. 그러다 조 씨는 지난해 초 서울 구로구에 스마트인큐베이터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조 씨처럼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작업공간을 마련해 주고 창업 전반에 필요한 교육도 제공하는 곳이었다. 막막했던 조 씨는 곧바로 스마트인큐베이터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0월 보자기레이블미디어라는 회사를 차렸다. 120개 국가에 국내 인디음악을 배급하는 ‘콩지뮤직’이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 창업에 필요한 ABC 얻는다

최근 1, 2년 새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스타트업(Start-up·초기 벤처기업) 라운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벤처인큐베이터가 운영하는 스마트인큐베이터를 비롯해 소셜벤처를 지원하는 ‘허브서울’, 벤처캐피털 케이큐브벤처스가 세운 ‘케이큐브프렌즈’ 등이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도 2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D캠프’를 연다.

이전에도 지방자치단체 등은 창업을 독려하기 위해 청년 창업자들에게 싼값에 사무공간을 빌려주곤 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스타트업 라운지는 단순히 공간만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창업지원 프로그램과는 다르다.

스마트인큐베이터는 사용자들을 위해 ‘프리 스타트업 위닝 캠프(PSWC)’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참가자들은 3개월 동안 선배 벤처사업가들과 짝을 이뤄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다듬는 과정을 밟는다. 필요할 경우 창업을 돕는 투자자도 연결해주며, 따로 공동사무실을 제공하기도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가 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인 ‘Y컴비네이터’처럼 홀로 창업할 때 겪을 수 있는 실패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한인배 서울벤처인큐베이터 실장은 “선배 사업가들은 참가자들의 아이템을 꼼꼼히 체크해 성공 가능성이 있는지, 보완할 점은 없는지 조언한다”고 말했다.

허브서울은 SK그룹 등 사회적 기업 육성에 관심 있는 대기업 관계자들이 자주 찾는다. 허브서울 운영진인 정경선 씨는 “운영진이 상주하며 소셜벤처를 준비하는 이들과 기업 관계자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며 “최근에도 대학생 주거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팀과 소셜디자인 업체를 연결해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 창업 준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라운지에서는 다른 참가자들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1기 PSWC 멤버로 활동했던 조 씨도 3기 멤버인 이정수, 임진혁 씨에게 콩지뮤직의 웹사이트 구축 프로젝트를 맡겼다. 조 씨는 “인터넷, 모바일 세상이 됐다지만 중요한 사업을 추진할 동료를 찾을 때는 오프라인 만남에서 쌓인 신뢰가 중요하다”며 “이 씨 등을 자주 보면서 훌륭한 개발능력과 성실함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해 일을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누구나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인큐베이터와 D캠프는 정기적으로 공간을 사용하기 위해 창업 아이디어나 진행 상황 등을 검토하는 심사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잠시 공간을 쓰려는 사람들 대신 실제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는 목적에서다.

이나리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센터장은 “해외에는 창업가들이 아이디어를 얻고 사람을 만나며 투자를 받는 허브(hub) 역할을 하는 곳이 많다”며 “한국에서는 D캠프가 이러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스타트업 라운지#스마트인큐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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