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집 못팔게 해 수억원대 빚만 남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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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이촌동 주민들 격앙
절반 넘는 1250가구… 평균 대출 3억4000만원
서울시 등 상대 집단소송… 15일 코레일 앞 시위 계획

“이제 소송밖에 안 남은 거죠. 6년 동안 팔지도 못하게 해놓고 어떻게 한순간에 공중분해될 수 있나요.”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용산개발사업이 결국 채무불이행 사태로 이어졌다는 소식에 허탈함을 넘어 분노로 들끓고 있다.

2007년 8월 서부이촌동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지에 포함된 이후 6년 동안 주민들은 집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등 재산권 행사에 큰 제약을 받았다.

주민대책기구인 ‘11개 구역 동의자협의회’에 따르면 서부이촌동 주민 2298가구 중 절반이 넘는 1250가구가 가구당 평균 3억4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개발 계획에 따라 서부 이촌동 집은 비우고 다른 지역에 대출로 전세를 얻은 가구가 많고, 주택 거래가 끊기자 큰돈이 필요할 때 대출을 받아 해결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사업이 결국 파산한다면 자본 여유가 없는 주민들이 대거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할 위험도 크다. 실제로 그동안 사업이 계속 연기되면서 경매로 나온 집도 속출하고 있다.

주민 김모 씨(64)는 “서울시에서 이곳을 개발지로 포함시키더니 수년 동안 제대로 개발도 못하고 ‘보상한다, 안 한다’ 싸움만 하다 결국 사업이 무산됐다”며 “이제 남은 건 소송밖에 없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이날 회의를 통해 집단소송과 집회 방침을 확정했다. 김희자 성원아파트 동의자협의회 위원장은 “서울시와 코레일, 드림허브 등 이번 개발과 관련이 있는 모든 기관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15일에는 코레일 앞에서 주민 다수가 참여한 가운데 시위를 한다”고 말했다. 소송은 경매에 넘어간 주택 수나 대출 액수 등을 전수조사한 뒤 시작한다.

김찬 협의회 총무는 “철도를 점거하거나 망루에 올라가자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박재명·장윤정 기자 jmpark@donga.com
#서부 이촌동#용산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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