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한국의 ‘산업 대출’이 2년 만에 줄었다. 감소 폭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컸다. 투자 부진으로 돈을 빌리려는 기업이 줄어든 데다 수익성이 악화된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였기 때문이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중 전체 산업대출 규모는 789조5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7조8000억 원 줄었다. 산업대출이 감소한 것은 2010년 4분기 이후 2년 만이다. 예금은행의 대출이 5조1000억 원 줄었을 뿐 아니라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제2, 제3금융권 대출도 2조7000억 원 감소했다.
특히 제조업 대출 규모는 269조 원으로 전 분기보다 4조5000억 원이나 줄었다. 제조업 중에서도 석유·화학·의약품·플라스틱 업종(―1조4000억 원)과 금속가공제품·기계장비 업종(―1조3000억 원)의 대출이 크게 줄어드는 등 2000억 원이 늘어난 자동차, 1조 원이 늘어난 기타 운송장비를 제외한 모든 업종에 대한 대출이 감소했다.
2011년 3분기(7∼9월) 이후 대출 규모가 꾸준히 줄며 불황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설업은 지난해 3분기 대출 규모가 1000억 원 늘었다가 지난해 4분기에 다시 5조3000억 원이나 감소했다. 반면 서비스업 대출은 423조6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2조 원 늘었다. 지난해 1분기(1∼3월) 이후 3분기 연속 증가세다.
금융 및 보험업 대출은 2조1000억 원 늘었으며 최근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긴 했지만 영세 자영업자의 창업이 늘어난 영향으로 도소매, 숙박·음식점업 대출도 전 분기보다 8000억 원 증가했다. 반면 출판·영상·방송·통신업은 전 분기보다 1조5000억 원, 부동산임대업은 6000억 원 줄었다.
서비스업을 제외한 산업 대출이 크게 감소한 것은 지난해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급속히 냉각돼 기업의 대출 수요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 실제로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대기업의 대출수요지수는 전 분기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중소기업 대출수요지수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저(低)금리와 연체율 상승으로 수익이 쪼그라든 은행들이 대출을 줄인 것도 산업대출이 줄어든 이유다. 한은 관계자는 “연말을 앞두고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정리하면서 산업 대출이 예년보다 크게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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