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춘제 연휴 기간에 한국을 찾은 중국인 여성 관광객이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의 ‘라빠레뜨’ 매장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유커들로부터 최고 인기 브랜드로 꼽힌 ‘라빠레뜨’를 비롯해 총 6개의 스트리트 브랜드가 영플라자의 ‘중국인 선호 톱10 브랜드’에 들었다. 롯데백화점 제공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 비교적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와 시장 곳곳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특히 시장 중간에 늘어선 식품 노점들의 인기가 높았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빈대떡 등 한국의 전통 음식을 맛보고, 카메라에 담느라 바빴다. 이 시장의 명물인 ‘마약김밥’ 가게에서 김밥을 구입한 중국인 리샤오웨 씨(23)는 “한국 드라마에서 탤런트들이 시장에서 김밥과 떡볶이를 사먹는 모습이 재미있어 직접 체험해 봤다”고 말했다. 광장시장은 한국관광공사가 해외 언론인들과 여행 전문가를 대상으로 벌인 여행 만족도 관련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곳이다.
중국인들의 관광 패턴이 ‘깃발 관광’으로 상징되는 단체관광에서 한국인의 삶을 밀착해 관찰하는 ‘스트리트형 관광’으로 변하고 있다. 쇼핑에서도 기존의 해외 유명 브랜드 위주에서 벗어나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찾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춘제 연휴 기간(9∼15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사이에 가장 인기가 높았던 매장 중 하나는 여성복 캐주얼 편집숍인 ‘신세계 앤 컴퍼니, 컨템포러리’였다. 백화점 측이 홍익대 앞, 동대문시장,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인기를 끄는 신진 디자이너들과 함께 기획해 합리적인 가격대로 선보인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매장이다. 전통적으로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화려한 문양이나 컬러가 아니라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심플한 디자인이 특징인데도 중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롯데백화점은 이처럼 트렌디한 아이템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구입하려는 성향이 짙어진 중국인들을 ‘유커 3세대’로 규정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유커 1세대’는 2000년대 중반까지 글로벌 유명 브랜드를 구입하느라 주로 명품관에서 시간을 보낸 고객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부터 등장한 ‘유커 2세대’는 한류 붐을 타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패션 브랜드와 화장품 브랜드들을 선호했다.
이에 비해 최근 등장한 ‘유커 3세대’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상품 지식으로 무장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2세대까지는 한국에서 한 번 유행이 끝난 패션을 전수받는 형식이었다면 3세대는 한국에서 현재 가장 뜨는 브랜드를 중시한다”고 전했다.
‘유커 3세대’들이 가장 핫한 아이템을 갖춘 본점 영플라자 매장을 주로 찾는 것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다. 지난해 10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을 대거 영입한 영플라자의 해외카드 결제액은 중국인 관광객에 힘입어 월 평균 3억 원 수준에서 6억 원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은련카드(은행연합카드) 매출을 바탕으로 분석한 영플라자의 중국인 인기 브랜드 ‘톱10’ 중 6개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였다.
유명 해외 브랜드 중에서도 로고를 내세운 ‘과시형 브랜드’보다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비교적 최근 알려지기 시작한 브랜드들이 인기다. 이번 춘제 연휴 기간에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파오칭천 씨(49)는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서 460만 원 상당의 ‘톰 브라운’ 정장과 58만 원짜리 ‘톰 포드’ 선글라스를 비롯해 ‘에스페란토’의 벨트, ‘엘도노반’의 스마트폰 케이스를 구입했다. 최근 뜨는 브랜드들을 주로 판매하는 ‘로열 마일’ 등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내 편집숍의 중국인 고객 비중은 지난해 5%대에서 이번 춘제 기간 15%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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